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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두드리던 수박 이제는 AI가 찍는다”…함안 수박 선별장 가보니[르포]

■롯데마트 업계 최초 AI 도입

한통당 8장 사진 촬영해 분석

당도·밀도 확인 후 자동 판별

수박 외 멜론·참외·복숭아까지

효율성 높여 가격 안정에 도움

“즉석에서 잘라보니 역시 꿀맛”

신한솔 롯데마트 과일팀 MD가 함안 수박 선별장에서 AI가 검수한 수박들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수박들은 하품으로 판매가 되지 않는 상품들이다. 사진 제공=롯데마트




반으로 가르자 새빨간 수박의 속살이 드러났다. 방금 인공지능(AI)의 검수를 통해 브릭스(Brix) 13.5의 황금 당도를 인정 받은 수박. AI의 검수는 틀리지 않았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올해 처음 입에 넣은 수박의 맛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했다.

롯데마트 함안 수박 선별장에서 자동으로 수박을 검수하는 AI 기기. 사진 제공=롯데마트


지난달 30일 롯데마트와 함께 찾은 한국 수박의 수도 함안. 기차역 근처에 위치한 파트너사 탐스팜의 오후는 분주했다. 상품의 수박을 박스에 담는 직원들 너머로 성인 남성 서너명 크기의 AI 기기 한 쌍이 빠른 속도로 제품을 판별. 레일 위에서 차례로 투입되는 수박의 무게와 당도가 즉각 화면에 표시되고 하품과 상품이 자동으로 분리됐다. 하나의 AI 기기가 빛을 투과시켜 당도를 확인하고 다른 AI는 8장의 외면 사진을 촬영해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파악한 밀도로 품질을 선별했다. 기기를 통과한 수박을 최종 점검해 포장하는 직원들도 AI 덕분에 더 빨리 손쉽게 상품을 탁송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오전에만 이미 수박 5000통을 검수했고 풀가동하면 하루에 2만 통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I가 빠르게 지나가는 수박의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 제공=롯데마트




롯데마트가 유통업계 최초 도입한 AI 수박 판별기는 지난 2022년 시작한 ‘신선을 새롭게’ 프로젝트의 대표 상품이다. 고객들에게 ‘고르지 않아도 맛있는 과일’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AI와 함께 과일 MD들도 전국을 누비고 있다. 이날 판별장에 이어 함안 수박 농가까지 동행한 신한솔 롯데마트 과일팀 상품기획자(MD)는 “여름은 수박, 겨울은 딸기 같이 계절에 따라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다”며 “이제는 어느 지역에 가도 검색 없이 맛집을 다 알고 있을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곧 수확을 앞둔 수박을 바라보는 신 MD 옆에는 함안·마산 등 영남 지역을 담당하는 로컬 전문 김태현 MD가 자리했다. 15년 이상 현장 경험을 가진 베테랑으로 산지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매주 1000㎞가 넘는 거리를 달리는 로컬 MD가 롯데마트에는 스무 명이 넘게 있다.

신한솔 롯데마트 과일팀 MD가 함안 수박 농가에서 조대래 농장주와 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마트


AI 기술로 품질이 증명되는 과일은 수박 뿐만이 아니다. 롯데마트는 2022년 멜론에 처음으로 AI 선별 과정을 도입했는데 전년인 2021년보다 고객 불만건수가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수박은 물론 참외, 복숭아, 사과 등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참외의 경우 물에 띄워서 가라 앉는 제품을 선별하는 과정이 복잡해 인력 소모가 컸는데 AI 도입 이후 효율성이 대폭 개선됐다. 과일의 맛과 같이 품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만 인력 낭비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최근 인플레이션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과일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 AI를 바라보는 과일 상인들의 기대도 크다. 이날 방문한 롯데마트 파트너사 탐스팜의 송병용 대표는 눈으로만 봐도 수박의 당도를 판별할 수 있는 베테랑이다. 그는 롯데마트의 제안으로 AI 판별기를 도입하면서 더 맛있는 수박을 납품하기 위한 검수 과정을 한층 더 고도화 했다고 자평했다. 송 대표는 “손으로 두드려보는 내 방식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할 수 없는 그 이상을 AI가 해줄 것”이라며 “설치하고 3주가 지났는데 지금은 처음보다 더 수박을 잘 본다”고 뿌듯해했다. 하나의 수박을 검수할 때 8장의 사진을 찍는 AI는 하루에만 수천 통의 수박을 분석한다. 송 대표가 들여놓은 AI가 송 대표가 평생 두드린 수박보다 더 많은 수박들을 판별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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