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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야드’ 파괴의 신 홍현준 “하루 5개씩이라도 전력 스윙 연습을”

방향 생각않고 피니시 잡지 못할 만큼 세게

수건 쥐고 등 ‘탁’ 치는 스윙 연습도 효과적



몇 번 휘둘러보더니 별안간에 408.9야드를 찍었다.






“몸 좀 풀겠습니다.”

스크린에 박히는 연습 타구는 소리부터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몇 개 쳐보고는 전력으로 때렸는데 곧바로 ‘400’이 넘는 숫자가 찍혔다. 경기 화성의 한 골프 스튜디오에서 확인한 홍현준(32)의 드라이버 샷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넷플릭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지컬: 100’ 시즌2에도 출연한 그는 프로 롱드라이브 선수로 세계 장타 대회를 뛰는 한편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들의 거리 늘리기를 돕는 ‘장타 전도사’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타 기록이 어느 정도 되나?

“2021년에 471야드로 세계에서 가장 멀리 친 선수상을 받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막의 해발 200m 지역에서 열린 대회였다. 제가 첫 순서였는데 두 번째로 친 공이 멀리 뻗어갔다. 더 나갈 수 있었는데 480야드 지점에 있던 벽을 맞고 거꾸로 가 손해를 본 거라고 하더라. 주최 측은 대회를 중단하고 티잉 구역을 20야드 뒤로 옮겼다. 그 대회 7등을 했고 그다음 콜로라도 대회에서 3등을 했다. 메이저 대회 격인 롱드라이브 월드챔피언십에선 12등이 최고 성적이다.”

요즘 300야드 넘기는 아마추어도 꽤 있긴 한데 400야드는 감이 안 온다.

“370야드까진 공이 보이는데 400야드쯤 되면 날아가는 게 안 보인다. 우리나라 웬만한 파4 홀은 그린으로 바로 간다고 보면 된다.”

체공 시간도 엄청날 것 같다.

“발사각과 스핀에 따라 다르지만 400야드면 기본적으로 10~11초는 날아간다.”

어떻게 장타 전문 선수가 됐나?

“한국프로골프(KPGA) 2부 투어 생활을 하다가 2013년에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 훈련 도중 덤프 트럭의 부품에 왼쪽 발이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선 발등 신경이 손상됐다며 골프를 다시 치지는 못할 거라고 했다.”

청천벽력이었겠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골프를 그만두는 수밖엔. 레슨 쪽을 준비하면서 실내 스크린 연습장에서 일했다. 골프존 G투어의 장타상이 눈에 들어오더라. 일단 혼자 겨울 훈련을 갔다 와서 KPGA 정회원을 따려고 준비했다. 그러던 중 장타 대회 선수를 만났고 그쪽 세계에 대해 알게 됐다.”

바로 뛰어든 건가?

“골프존 드라이빙 레인지(GDR)에서 열린 한국 장타리그 대회에 나갔다. 일반 스톡 샤프트를 들고 나가서 363야드로 3위를 했고 사용 계약을 한 샤프트를 끼우고 나선 계속 1등을 했다.”

원래 장타자였나?

“힘쓰는 요령은 어릴 때부터 있었던 것 같지만 원래부터 특출한 장타자는 아니었다. 다리를 다치고 나서 체중이 확 불었고 살이 찌니까 스윙 스피드가 좀 올라가더라. 미국의 장타 선수 팀에 문의했더니 20㎏ 증량을 추천하더라. 벌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워서 그대로 살을 찌우고 근육량을 늘렸다. 스피드는 점점 더 올라갔다.”

체중은 어느 정도인가?

“한창 대회에 나가는 땐 132㎏까지 찌운다. 비시즌엔 120~122㎏을 유지한다.”(키는 185㎝)

세계 장타 대회 나가는 외국 선수들과 비교하면 덩치가 큰 편인가?

“8강 가면 일렬로 쭉 서게 하는데 거기서 여섯 번째더라. 전체로는 딱 중간 정도인 것 같다.”

471야드 찍었을 때 꼈던 장갑이다.


볼 스피드는 얼마까지 나오나?

“GDR 측정치로 얘기하자면 벌크업 전엔 최대 초속 87마일 나왔다. 몸집 키우고 해외에 알려진 파워 퍼포먼스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지금은 100마일 넘게 찍힌다. 거리로는 400야드 이상. 실내 스크린 시스템에선 볼이 받아줄 수 있는 한계치가 있어서 정확한 거리 측정은 실외가 좋다.”



체격이 커지고 근력이 좋아진 게 전부는 아닐 것 같다.

“계속 세게 치는 연습을 하면 스피드가 올라가게 돼있다. 치면서 거리가 늘어나는 거다.”

드라이버는 어떤 걸 쓰나?

“장타 선수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는 헤드 로프트에 4.5도나 5도라고 적혀있다. 더 멀리 가거나 특별히 반발력이 좋거나 하진 않다. 다만 일반 드라이버와는 다른 용접 과정을 거친다. 페이스가 좀 더 두껍다. 그래서 힘이 없으면 역효과가 나는 게 장타용 드라이버다.”

또 다른 점은?

“반발계수는 일반적인 드라이버와 똑같다. 샤프트 길이는 규정상 48인치 미만이어야 한다. 저는 51g에 플렉스 R부터 78g 플렉스 5X까지 갖고 있다. 고도에 따라 샤프트의 텐션, 발사각, 체공 시간이 달라지기에 거기 맞춰서 가볍거나 무거운 걸 골라서 친다. 바람 영향도 계산해서 칠 샤프트를 정한다.”

클럽 망가지는 일도 많겠다.

“샤프트 부러지는 게 다반사다. 제가 아마 가장 많이 부러뜨려 먹었을 거다. 별명이 ‘파괴신’인 것도 이 때문이다. 있는 거 다 부순다고 해서. 대회 중에 샷을 하다가 샤프트는 물론이고 벨트, 신발, 장갑까지 터져서 못 쓰게 되곤 한다.”

샤프트는 얼마나 자주 부러지나?

"치는 스타일 때문에 워낙 잘 부러진다. 대회 때 보통 한 세트에 드라이버 샷 6개씩 총 5세트를 치는데 그러는 동안 샤프트가 4개쯤 부러진다. 대회장에 피팅 차량이 오기 때문에 바로 거기에 맡기고 얼마쯤 뒤 다시 받아서 치고 그런다. 헤드는 잘 안 깨진다. 장타 선수 되고 나서 딱 한 번 깨졌다. 2만 번쯤 치니까 깨지더라.”

안 물어볼 수 없다. 주말 골퍼가 따라할 만한 장타 요령은?

“본인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많이 쳐주는 게 최고다. 100~200개씩 치라는 게 아니다. 개수는 적어도 매일 치는 게 중요하다. 피니시가 안 잡힐 만큼 전력으로 10개를 치겠다고 하고 그렇게 쳤으면 다음날도 10개를 똑같이 쳐줘야 한다는 거다. 버겁다면 5개씩 매일도 좋다. 스피드에 몸이 활성화하고 익숙해지는 게 인지되도록 해야 한다. 몸이 기억을 하고 반응을 해주도록 하잔 거다. 이 정도 스피드가 익숙하다 하면 그보다 더 한 스피드가 나오게 되는 거다. 이렇게 스피드 올리는 훈련을 꼭 해보자.”

스피드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많다. 수건으로 전력 빈 스윙 하기다. 저도 대회장에서 대기하면서 이 운동 꼭 한다. 엉덩이 운동도 추천한다. 코어에 힘을 전달하기 위해선 엉덩이 부분에 힘이 실려야 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밴드 하나면 된다. 밴드를 다리에 끼워 무릎 위치에 두고 벌렸다 오므렸다 하는 거다. 엉덩이의 대둔근과 중둔근에 힘을 기르는 운동이라 파워 증가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

수건 휘두르기. 등을 ‘탁’ 하고 칠 수 있게 끝까지 힘을 가져가는 게 핵심이다.


스쾃 자세로 밴드 끼우고 벌렸다 오므렸다 운동.


클럽 구성은?

“장타 대회 나갈 땐 드라이버 샤프트 15개 이상 준비하고 클럽 헤드 8~9개 챙겨간다. 라운드 할 땐 보통의 골퍼들처럼 14개 클럽을 가져가고 거기에 장타용 드라이버 하나 넣는다.”

드라이버랑 웨지, 퍼터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늘 그렇진 않더라. 그렇게 쉬웠으면 투어 선수들처럼 정규 대회 나가서 좋은 성적 내지 않았을까. 장타가 분명히 유리한 건 맞지만 아이언의 거리 조절에 있어 머리가 굉장히 복잡하다. 필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165m를 보고 치는데 아무 생각없이 힘을 줄 땐 220m가 넘어가더라. 그린을 훌쩍 넘겨 아웃오브바운즈(OB) 날 때가 많다. 티샷 OB도 2~3개 정도 나긴 하는데 아이언이 제일 문제다. 7번 아이언을 200m쯤으로 보고 치면 안 되느냐고 하시는데 그때부턴 또 웨지 거리 맞추기가 꼬여버린다. 라운드 나가면 언더파는 못 치고 2~3오버파쯤 친다. 장타 선수로서 투어 프로를 하기란 정말 많이 어려운 일이다.”

라운드 때 또 다른 애로는?

“캐디분한테 양해를 구할 일이 많다. 파5 홀에선 ‘한 번 보여 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세컨드 샷까지만 치고 이 홀은 넘어가겠다고 미리 얘기한다. 티샷만 2~3개 치고 다음 홀 치겠다고도 한다. 동반자들이 화이트 티잉 구역에서 치면 먼저 티샷 치고 나가게 한다. 그러면 그린이 비어있을 테니 그때 티샷 하고 뛰어서 따라간다. 티샷으로 45인치 드라이버를 들거나 1·2번 아이언을 쓸 때도 있다.”

너무 장타여서 라운드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앞 팀이 빠졌는지 더 잘 봐야 하고 또 기다렸다 치려면 뒤 팀에 죄송하고 그렇다. 하지만 라운드는 언제나 재밌다. 약간의 고충이 있을 뿐이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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