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데이트펀드(TDF)는 자산운용사의 전체 역량이 응집된 상품입니다. TDF라는 펀드가 일상화된다면 투자자 개인의 관점에서 자산 배분을 할 수 있는 자산 배분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겁니다.”
류범준(사진) KB자산운용 글로벌멀티에셋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퀀트(특정 수치를 기준으로 알고리즘을 형성해 투자하는 기법) 매니지먼트를 거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에서 자산 배분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안전 자산의 비중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조절해가며 투자하는 자산 배분 펀드다. 단기가 아닌 중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 퇴직연금 계좌에 최적화된 펀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말 9조 1000억 원 수준이었던 TDF 수탁액은 올 3월 말 10조 1838억 원까지 늘면서 10조 원을 넘어섰다.
류 본부장은 “기관투자가들은 자체적인 자산 배분 가이드라인이 있어 수익률 관리가 된 반면 개인은 스스로 배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자산 배분이 미흡했다”며 “퇴직연금 계좌에서 TDF를 기초자산으로 삼으면서 초과 수익을 얻는 수단으로 다른 테마형 펀드를 활용하는 식의 자산 배분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입장에서 TDF를 선택할 때 운용사의 규모를 최우선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TDF 자체가 명확하고 효율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운용사의 규모가 클수록 장기 수익률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류 본부장은 “대형 운용사일수록 시스템이 확립돼 있어 TDF 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수탁액을 갖고 있는 펀드를 선택해야 안정적인 수익률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의 TDF는 한국 투자자들의 자산 중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공격적인 투자 비중을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류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글라이드패스(자산 배분 프로그램)는 은퇴 시점에 맞춰 완만하게 투자자산 비중이 조절되지만 KB자산운용은 위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한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다가 은퇴 시점에 임박했을 경우 채권의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형태로 구성하면서 한국인의 자산 배분 특징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류 본부장은 현재 TDF가 주식과 채권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데 추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원자재 생산 기업 주식과 채권 중심으로 투자자산을 넓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홍콩에서 현물 ETF가 허용돼 투자자산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류 본부장은 “가상자산은 밸류에이션을 매기기 어려운 자산”이라며 “중앙은행에서 디지털 화폐가 나올 경우 자산의 흐름이 바뀔 수는 있어도 아직 확실치는 않은 상황이라 가상자산 투자가 (당국 차원에서) 허용이 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은 편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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