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돈이 얼마나 들지 재정 추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송 장관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이 400가지가 넘는다”며 “농안법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 할지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값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졌을 때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해주는 것이 뼈대다. 무 기준 가격을 1000원으로 정했는데 무 생산이 늘어 시장가격이 800원으로 떨어지면 200원을 보상해주는 형태다.
송 장관은 “농업경제학회에서 5대 채소만 대상으로 계산했을 때 농안법 개정안 적용 시 매년 약 1조 2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5대 품목만 따져도 그런데 양곡과 과일 등 400가지가 넘는 농산물을 생각하면 재정이 얼마나 들지 계산조차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업경제학회가 지난해 5월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5대 채소에 평년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 보장제를 실시할 경우 생산량은 평균 11.8% 증가하고 가격은 27.9% 하락해 5대 채소 차액 보전에만 연간 1조 1906억 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송 장관은 “(쌀 가격을 보장해주는) 양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쌀 매입과 보관 비용만 연간 3조 원이 넘는다”며 “정부는 농업직불금 예산을 올해 3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00억 원 늘렸고 2027년까지 5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이것만으로도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이 직불금 확대와 스마트팜·청년농 육성 등 다른 사업들을 잠식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두 법안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날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가격 지지나 정부 매입 등을 통해 예산과 정부 재고 부담이 가중되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민경 건국대 교수는 “쌀 시장 격리 의무화로 인한 막대한 재정 투입은 축산업 등 타 품목 예산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 단체의 반발도 크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 역시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품목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농업인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여·야·정 협치를 통해 농업계 우려를 해소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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