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는 짧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급하다고 열 달 걸릴 출산을 앞당길 수는 없지 않느냐”며 8월 초를 데드라인으로 전당대회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6월 말에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당원투표 100%’인 현행 전당대회 룰 개정에 대해서는 “일반 여론조사 반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워낙 큰 만큼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당원 100% 투표만으로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숨어 있는 보수층의 여론은 담을 수 없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황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비대위원장으로 보는 국민의힘 총선 패배의 원인이 무엇일까.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책임론이 없을 수는 없지만 왜 이런 결과가 생겼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전반적인 관점에서 당이 어떤 전략을 취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살펴볼 수는 있지만, 특정 대상을 상대로 책임을 돌려서는 안된다. 논공행상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가면 못할 얘기가 많아진다.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가선 안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영남 책임론 또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우리가 다 열심히 해서 당의 기반을 닦은 것인데,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현행 당원투표 100%’인 전당대회 룰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일반 여론조사 반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워낙 큰데, 이를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 당원 100% 투표만으로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숨어 있는 보수층의 여론은 (당 대표 선출에) 담길 수가 없다. 공무원과 교원·군인 등 법상 정당 가입이 금지돼 있거나 기업인 등 정치 활동에 거리를 두는 ‘샤이 보수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의 의견도 포함시켜야 하지 않나. 법적으로 정당 활동을 할 수 없지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수많은 ‘당우(당원이 아닌 지지자)’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역선택 방지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초 예상이던 6월 말~7월 초에서 전당대회가 한 달 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대위는 짧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쇄신을 이유로 전당대회를 늦출 수는 없다. 하지만 급하다고 열 달 걸릴 출산을 앞당길 수는 없지 않나. 시간적인 압박을 주면 당직자들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서 6월 말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7월 중이나 늦어도 8월 초순을 데드라인으로 두고 있다. 종점을 잡지 말고 나한테 맡겨달라. 2년 동안 지도부가 7번 바뀌었는데 이제는 롱런할 수 있는 팀을 잘 만들어야 할 때다.
-전당대회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재등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동훈 개인을 생각해서 시간을 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물리적 문제가 있다고 했더니 계속 그 얘기만 하는데, 비대위가 아직 시작도 안 된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해달라.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대표를 빨리 뽑아 당을 정상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도 이전에는 비대위를 빨리 끝내고 빨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홍 시장의 주장은 이해하는데, 비대위라고 해서 관리만 하고 쇄신은 내 역할이 아니라고 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나. 비대위에 관리만 하라고 하면 제일 화낼 인물이 홍 시장 아닌가. 당헌상으로도 관리형 비대위라는 개념은 없다. 비대위는 당무를 집행하는 기구로, 톱으로 썰듯 당무를 관리와 쇄신으로 분리할 수는 없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수사가 진행 중이니 우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도 나지 않은 수사를 멈추고, 특검으로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며, 수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재표결이 이뤄진다면 여당 의원들도 당론을 따라야 한다.
-국민의힘의 신임 원내대표로는 어떤 인물이 와야 할까.
△당을 잘 단합시키면서 소속 의원들을 단속할 줄 아는 유능한 분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대야 협상력이 중요하다. 비대위원장은 임명직이고, 원내대표는 선출직인만큼 우리가 잘 합을 맞춰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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