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저출생 극복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이끌었던 경제기획원이 저출생대응기획부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당시 경제기획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서 고도성장을 이끌었다”며 “이와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보다 공격적으로 강력한 정책 추진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에게 현재 교육부 장관이 맡고 있는 사회부총리직을 주는 것 역시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교육과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문위원회 성격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만으로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상당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자문위원회는 예산편성권이 없고 타 부서 협조 없이 정책을 집행하기도 어렵다. 저출생·고령화와 관련된 정책들은 개별 사업에 따라 기획재정부나 보건복지부는 물론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여성가족부 등 여러 정부기관에 산재돼 있던 것도 문제였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부총리는 저출생 고령화 정책에 발을 걸치고 있는 여러 부서들을 총괄할 수 있다”며 “보다 원활하게 인구정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초대 부총리 겸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으로는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취임한 이후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대책을 만드는 데 매진해왔으니 사회부총리로서 정책 사령탑을 맡기에 제격이라는 평가다. 저고위는 5월 중 전체회의를 열고 저출생 대책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새 부처를 통해) 저출생 정책이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아젠다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정부조직법 개정에 국회가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인구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돌봄 국가책임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늘봄학교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노인 세대를 위해 요양·돌봄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장애인 정책도 수요자 중심의 개인 예산제를 도입한다. 임기 내 기초연금 지급 수준을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더 자유롭고 충분하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겠다”며 “어린이집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대상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결렬된 연금 개혁 특위에 대해 22대 국회로 논의를 이어가는 방향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로 시한을 정하면서 “21대 국회에서 조급하게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22대 국회에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하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21대 국회 연금 개혁 논의에서 소득 보장론이 힘을 받자 재정 안정을 강화하는 방향의 연금 개혁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 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의 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며 “22대 국회에서는 구조 개혁 중심의 개혁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 특위가 진행한 시민 참여형 숙의 공론화에서는 시민 대표의 56%가 소득 보장론으로 분류되는 1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을 택했다.
윤 대통령은 지방균형발전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전국 곳곳을 순회하는 민생 토론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아직 경북·전북·광주·제주 네 군데를 못 갔는데 곧 방문해서 민생 토론회를 열 생각”이라며 “아마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전 민생 토론회가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샀다는 점을 의식해 “그동안 진행한 24차례 민생 토론회와 2차례 점검 회의를 통해 나온 244개 과제를 전부 점검했고 후속 조치 추진 상황을 정리 중”이라고도 했다.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일관되게 세 가지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첫째, 지방재정 자주권과 정책 결정권을 더욱 보장해주고 둘째, 각 지역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스스로 발굴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며 셋째, 전국 어디서나 공정한 교통 접근성을 갖게 하자는 3대 균형발전 원칙을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 “지역 특성과 산업·경제 특성에 맞춰서 맞춤형으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지역과 협의하고 빠른 시일 내에 계획을 짜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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