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올해 부실채권 추심 규모가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빚 독촉을 받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캠코는 최근 연간 사업계획서를 확정하면서 올해 부실채권 회수(추심) 예상액을 6718억 원으로 책정했다. 한 해 전 회수액 3641억 원에 견주면 84.5% 늘어난 규모다. 캠코 관계자는 “연간 부실채권 회수액은 부실채권 인수액과 과거 회수율 등을 감안해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회수액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2022년 하반기부터 금융사의 부실채권이 크게 불어난 영향이다. 캠코가 시장에 나온 부실채권을 대거 사들이면서 부실채권 인수액은 2021년 826억 원에서 2022년 1951억 원, 2023년 1조 3197억 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부실채권을 인수한 캠코는 추심에 앞서 채무 내역을 확인하고 채권자 변경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보하는 등 사전 조치를 거친다. 2년여에 걸친 사전 작업이 마무리되자 올해 부실채권 추심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캠코의 부실채권 회수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그간 유예됐던 채무자에 대한 빚 독촉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캠코는 채무자에 채무 조정을 통한 상환을 우선 유도하되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산압류 등 법정 추심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상환 능력이 취약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규 연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빚 독촉이 늘어나게 되면 자영업자들이 지탱해온 서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빚을 내 근근이 버텨가던 자영업자들 중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경우가 올 들어 더 늘어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한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31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말(20조 4000억 원)보다 10조 9000억 원이나 늘었다. 이 중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연체 대출 규모가 24조 7500억 원으로 전체 연체 대출액의 80%에 달한다. 특히 올 들어 다중채무자들의 연체액 증가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다중채무자들의 연체액이 전년 말에 비해 1조 9000억 원 늘었지만 올해는 2조 9500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더 늘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지원됐던 대출 연체가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금융사들도 대출을 죄고 있어 초기에는 그럭저럭 버티던 차주들도 최근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한계 상황으로 더욱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데다 금리가 하향 조정되더라도 연체율이 안정되기까지는 통상 6개월 정도가 걸린다”면서 “그사이 빚 부담을 줄이려면 어떤 형태로든 정부 재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데 나라 살림마저 여의치 않은 터라 뾰족한 수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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