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당근 공동대표는 국내 최고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물산·네이버·카카오 등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에 잇따라 들어갔지만 결국 뛰쳐나와 당근을 창업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삼성물산에 들어간 것은 사실 무역업, 큰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오퍼상’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싸이월드가 하루에 도토리 1억 원어치를 파는 모습을 보고 “인터넷 쪽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침 네이버에 다니는 친구 소개로 네이버에 들어가게 됐고 모바일이 뜨면서 카카오로 이직했다.
회사를 다니며 배웠던 업무는 결국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전공이 경제학이다 보니 삼성물산에서 2년 정도 IR 업무를 했는데 나중에 당근 투자 유치 활동을 할 때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에서 맡았던 신규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업무나 창업팀 업무 역시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 대표가 지금의 김재현 당근 공동대표를 만난 곳도 바로 카카오였다.
당근은 2019년 영국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캐나다·일본 등에 진출했다. 그는 북미 법인이 위치한 캐나다에 거주하며 캐나다 국적의 로버트 킴 최고경영자(CEO)와 현지 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사실 캐나다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아시안 인구 비중이 높아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는 “마케팅 비용도 30~50% 저렴해 캐나다에서 먼저 서비스를 하고 자리를 잡으면 미국에서 서비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근의 글로벌 서비스 ‘캐롯(Karrot)’은 이달 초 캐나다에서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캐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소셜 부문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각각 4위와 6위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는 언어나 문화가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 같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당근에서 리뷰 점수인 매너 온도를 캐나다에서는 캐롯 스코어로 바꾸고 지역의 거래 범위를 20㎞에서 50㎞로 넓힌 것도 현지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김 대표는 글로벌 IT 서비스 업체를 일구는 것은 몇 세대에 걸쳐 해내야 하는 숙제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1세대에 그걸 다 하지는 못했습니다. 앞선 세대가 뿌려 놓은 씨앗을 3세대에 와서 거둔 것이지요. 우리도 1세대인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보고 배운 것을 자양분 삼아 지금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국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이 세계적 IT 서비스 기업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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