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30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을 수주하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았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15년 만에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한 총력전이다.
15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13일(현지 시간) 체코 프라하 조핀 궁전에서 열린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직접 주관했다. 얀 피셰르 전 체코 총리와 페트르 트레쉬냑 산업부 차관 등 체코 정부 측과 현지 기업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박 회장은 한국 원전의 강점을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 등이 원팀을 이룬 팀코리아가 원전 사업자로서 더 적합하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수주전을 위해 두산스코다파워, 두산밥캣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법인) 등 체코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현지 에너지·기계산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며 수주를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 박 회장은 “두산은 수출 1호인 바라카 원전에 성공적으로 주기기를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1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해외 원전 수주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다음 날인 14일에는 원전 증기 터빈을 생산하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했다.
두산이 사활을 건 원전사업자는 7월 발표된다. 이번 사업은 1기당 최대 1.2GW 원전을 체코 남부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각각 2기씩 건설하는 사업이다. 체코 측이 중국 CGTN과 러시아 로사톰은 안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021년 사업자 후보에서 제외하고 올 1월에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서를 제시하지 못해 탈락하면서 한국과 프랑스 전력공사(EDF) 간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등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의 수주 가능성이 한 층 높아진 셈이다.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가 ㎾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는 물론 미국(5833달러) 보다 낮은 점도 긍정적이다.
한수원이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할 경우 원자로, 증기 발생기 등 1차 계통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고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주기기는 두산스코다파워가 맡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수소·가스터빈 등 무탄소 발전 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제공한다.
두산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원전 건설 기간을 잘 맞추는 관리 능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의 교두보 격인 체코에서 원전 수주에 성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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