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급성장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술적 한계로 아직까지는 HBM2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로이터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1위 D램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칩 패키징 및 테스트 회사인 퉁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TFME)와 손잡고 샘플 HBM 칩을 개발했으며 이를 고객사들에 시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자회사인 우한신신(XMC)도 12인치 HBM 웨이퍼를 한 달에 3000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올 2월 착공했다. 창신메모리와 우한신신은 모두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에 서 있는 기업들이며 지방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HBM 개발을 위한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한국·일본의 반도체 장비 회사들과도 정기적인 회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화웨이도 2026년까지 HBM2 칩을 다른 중국 기업과 협력해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3년 처음 생산된 D램 표준의 일종인 HBM은 공간을 절약하고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칩을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복잡한 인공지능(AI) 응용 프로그램에서 생산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HBM은 최근 AI 붐에 힘입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다.
화이트오크캐피털의 투자이사인 노리 치우는 “중국 칩 제조 업체들은 HBM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 업체들보다 10년 정도 뒤처진다”며 “중국은 현재 전통적인 메모리 시장의 영역에서도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히 먼 여정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은 HBM2에 힘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HBM3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미국 장비 및 기술에 중국 기업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창신메모리는 HBM 칩의 제조 및 기능과 관련해 미국·중국 및 대만에 130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HBM3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 개발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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