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통시장 지형이 급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마존·쿠팡 등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대형 플랫폼 대신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영상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겨냥해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도 새로운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1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터 커머스가 주요 글로벌 경제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유통 사업과의 차이점은 견고한 팬덤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만큼 저가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류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들은 인플루언서의 브랜드 쇼핑몰을 ‘공홈(공식 홈페이지)’이라 지칭하며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응원한다. 특히 이들은 유튜브 등 영상 정보를 통해 소비를 결정하는 성향이 강하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구매를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브랜드 경쟁력은 크리에이터의 수익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기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할 경우 플랫폼 업체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자사몰에서는 이러한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에만 의존해서는 브랜드 관리 및 고객 확대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자사몰과 SNS를 결합한 방식의 새로운 쇼핑 방식이 성장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e커머스 후발 주자인 구글이 유튜브를 앞세워 해당 시장에 뛰어든 것도 아마존과 같은 대형 유통 업체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스타그램 또한 최근 국내에 크리에이터와 광고주를 연결하는 ‘크리에어터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했다. 틱톡의 경우 국내에 라이브커머스 기반의 ‘틱톡샵’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커머스 시장에 대한 이들 플랫폼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스마트폰 앱’ 조사에서 유튜브가 1위에 올랐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각각 3위·5위로 뒤를 이었다.
구글은 유튜브 쇼핑을 키우기 위해 자사몰 관리를 해주는 다른 IT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북미 IT 기업인 쇼피파이와는 2022년 7월부터, 한국에서는 카페24와 같은 해 12월부터 협력 관계를 맺어 유튜브 쇼핑 연동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로 1인 크리에이터는 물론 대형 기업까지 자사 쇼핑몰과 유튜브 채널을 쉽게 연계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실시간 데이터 연동으로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과 채널 내 스토어 탭에 △상품 사진 △상품명 △가격 등 여러 정보를 노출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튜브 쇼핑이 순항하고 있다”면서 “카페24가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실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확장을 돕는 다른 서비스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마플샵은 주문 후 생산하는 주문제작인쇄(POD·Print On Demand) 시스템을 통해 1개부터 제작이 가능해 재고 없는 굿즈 생산을 지원한다. 또한 유튜브 상품 기능을 위한 국내 공식 파트너사로 유튜브 채널이 있는 크리에이터는 마플샵 판매 채널과 연동해 유튜브에서 상품을 게시하고 판매할 수 있다. 마플샵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 셀러는 총 7만 명가량이며 누적 상품 가짓수도 100만 개가 넘는다. 캐릭터 크리에이터 ‘부드라미’는 마플샵에서 제작한 티셔츠·텀블러·마스크 등 굿즈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이 밖에 커넥트웨이브는 틱톡과 손잡고 셀러 쇼핑몰 마케팅을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크리에이터 e커머스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사업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IT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인플루언서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상품을 많이 파는 것보다 각종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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