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올해 2월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입법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논란이 있었던 사전지정 제도에 대해서는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2월 이후 (플랫폼법에 대해) 의견 수렴을 꾸준히 해왔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나 구체적인 계획이나 시기가 잡히면 소상히 설명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 행위를 신속하게 제재하기 위한 법안이다. 플랫폼의 매출·이용자 수·시장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으로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사전 지정 제도’가 핵심이다. 지배적 플랫폼의 자사우대·최혜대우·멀티호밍 제한·끼워팔기 등을 규제하고 다양한 플랫폼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사전 규제가 기업을 과도하게 옭아맨다는 업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플랫폼법이 구글, 애플 등 해외 플랫폼에도 적용될 수 있어 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월 “학계 전문가들과 충분히 검토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3개월 만에 공정위가 입법 재추진 의사를 밝힌 셈이다. 한 위원장은 “사전지정 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의 DMA는 사전 지정 제도이고 영국과 독일 역시 사전 지정제”라며 “일본 법안도 사전 지정을 전제로 하는 등 대부분 입법례와 관련 법안이 사전 지정 제도를 포함해 구성됐다”고 덧붙였다.
플랫폼법으로 인해 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이슈는 전세계적으로 연결된 이슈”라며 “(플랫폼법으로 인한) 통상 이슈와 관련해 공정위도 고민 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달 국회 본회의에 야당 주도로 부의 요구 처리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 법안이 논의될 때 신중 검토 의견을 미리 밝혔고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전날 쿠팡과 두나무의 동일인이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기업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인 데 대해서는 “예외요건 충족 여부를 계속 모니터링해 요건 충족이 안 되는 상황이 오면 법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동일인을 지정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의 지배력이 무분별하게 편법적으로 확장되는 걸 막기 위한 제도”라며 “그 제도가 당장 폐지돼야 할 정도로 기존 문제점이 다 해소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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