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이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20조 원 규모의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도래하고 투자 대기 자금 유입에 따른 것이지만 통화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3월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3월 광의통화(M2)는 평균 잔액 기준 3994조 원으로 전월보다 1.6%(64조 2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198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최대 폭이다. 1월(0.3%), 2월(0.1%)과 대비해도 증가 폭이 확 커졌다. M2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18조 6000억 원 △정기 예적금 12조 9000억 원 △머니마켓펀드(MMF) 10조 7000억 원 등이 크게 늘었다. 반면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형 상품에서는 4조 9000억 원이 줄었다.
한은은 청년희망적금 만기 자금이 20조 원 정도 돌아오면서 해당 자금이 수시입출식 예금 및 정기 예적금 등으로 흘러 들어가 M2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만 포함하는 협의통화(M1)에 MMF와 2년 만기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CD, 환매조건부채권(RP), 2년 미만 금융채와 금전신탁 등을 포함한다. 청년희망적금은 2년 이상 장기 금융상품으로 분류돼 있어 만기 전에는 M2 계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이 35조 6000억 원 증가했다. 기타 부문(9조 8000억 원)과 기업(7조 5000억 원)도 늘었고 기타 금융기관(-6000억 원)은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휴일로 인한 결제 이연, 투자 대기 자금 유입 등으로 늘었고 정기 예적금은 은행의 투자 대기 자금 유치 노력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M1은 3월 평균 잔액이 1244조 8000억 원으로 전월(1217조 7000억 원)보다 2.2% 늘었다. M1은 2월(-0.3%) 감소세를 보였으나 3월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금융기관 유동성(Lf)은 전월보다 50조 5000억 원(0.9%) 증가했고 광의유동성(L)은 3월 말 기준 전월 대비 87조 7000억 원(1.3%) 불어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이 많이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 민생지원금이 물가 불안을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1원 내린 13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5.3원 내린 1353.8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에는 1340원 후반대까지 하락해 거래가 이뤄졌다. 예상보다 둔화한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난 결과다. 개장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1353원) 이후 37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의 외환 딜러는 “1350원 지지선이 무너지니 환율 수준이 한 단계 더 낮아졌다”며 “역외 매도세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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