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전기버스 신차 시장에서 중국산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서자 국내 완성차 업체는 양산 체제 구축과 신차 개발 등 대응책을 펴는 데 분주하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에서 존재감을 키운 중국 제조사에 맞서 ‘안방’을 되찾고 수익성 제고까지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부터 전주 공장의 메인 공장인 1공장에서 중형 저상 전기버스 ‘일렉시티 타운’의 생산을 시작했다. 앞서 일렉시티 타운은 전주 공장 내 파일럿 공장을 통한 시험 생산에 그쳤다가 최근 양산 라인에 투입된 것이다. 현대차는 전주 1공장에서 이미 생산 중인 일렉시티(대형), 카운티 EV(소형)에 더해 중형 전기버스를 추가하며 소형부터 대형에 이르는 전기버스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기존 내연기관 버스의 전동화 전환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유·압축천연가스(CNG)를 연료로 쓰는 현대차의 에어로타운과 그린시티 등 내연기관 중형 버스가 단종되면서 이를 대체할 전기·수소버스를 찾는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올 1분기(1~3월) 국내 전기버스 신규 등록 대수는 461대로 전년 동기보다 33.2%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버스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시장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값싼 중국 전기버스에 밀려 부진을 겪던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올해가 상황 반전을 이뤄낼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다. 정부의 보조금 개편으로 중국산 전기버스 구입에 따른 혜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일반 차에 비해 훨씬 고가인 전기버스의 경우 구매를 결정할 때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 지침상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산 전기버스의 보조금은 크게 줄었다. 중국 비야디(BYD)의 중형 전기버스인 ‘eBus9’의 국고보조금은 2310만 원으로 같은 급인 현대차의 일렉시티 타운(6859만 원)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KG모빌리티 역시 올 들어 자회사인 KGM커머셜을 통해 전기버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군산 공장의 2조립 라인을 대상으로 증설 및 설비 구축 작업에 한창이다. 현재 개발 중인 9m 중형 전기버스의 생산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다. 1분기까지 투자한 22억 원을 포함해 설비투자에만 총 39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형 전기버스 양산을 앞당기기 위한 기술 개발도 병행한다. KG모빌리티 산하 기술연구소는 9m 저상 전기버스 개발을 담당한다. 버스 윗부분을 덮는 루프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대신 강철 소재로 변경해 재료비와 생산성을 높이기로 했다. 차량 내부에는 1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풀 디지털 타입의 계기판과 현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시인성과 상품 경쟁력을 개선할 방침이다.
KGM커머셜의 중형 전기버스 양산은 올해 말쯤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 중인 군산 공장 2조립 라인의 설비 구축을 10월까지 마무리하는 계획을 세웠다. 중형 전기버스 투입으로 전기버스 라인업이 확대되면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GM커머셜은 시내버스용 SMART100과 시외버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SMART100E 등 대형 전기버스만 판매 중인데 중형 전기버스를 추가해 다양한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생산 설비 구축과 차량 개발을 마치는 대로 정부 인증 절차를 거친 뒤 양산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대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신규 등록된 전기버스(461대) 중 중국산 전기버스는 199대로 43.2%의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 56.8%(262대)는 현대차·KGM커머셜·우진산전 등 국내 제조사에서 만든 전기버스로 중국산을 앞섰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중국산 전기버스의 판매 비중은 54.1%로 역대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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