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주요 위원들의 발언의 향방에 따라 다음주 코스피 지수가 2800선 돌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시장이 환호했으나 하루 만에 주요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쏟아진 영향에 하루 만에 상승분을 모두 되돌린 것처럼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일주일 전인 10일 대비 3.01포인트(0.11%) 내린 2724.62에 거래를 마쳤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 물가지표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발표되자 16일 코스피 지수는 0.8% 넘게 오르면서 2800선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미국 주요 통화정책 관련 인사들이 다음날 4월 CPI 수준에 만족할 수 없으며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치자 이번주 마지막 거래인인 17일 코스피는 1% 넘게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역시 9.1포인트(1.05%) 내린 855.0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개별 업종 관련 이슈 때문에 하락폭이 코스닥 대비 컸다. 시가총액 2위인 HLB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간암 치료제 신약 승인을 받는 데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한가로 이날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순위는 4위로 밀려났고 HLB 그룹사들 역시 나란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HLB 관련사들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5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일주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5890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4587억 원어치를 팔았고 외국인은 672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관·외국인투자가가 각각 1545억 원, 221억 원씩 사들였으며 개인은 951억 원어치를 팔았다.
투자 전문가들은 다음주에도 미국 통화정책 관련 인사들의 발언의 내용에 따라 국내외 증시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앞서 전날 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을 위축시킨 바 있다. 18일(현지시간)에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으며 20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메시지를 낸다. 21일에도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와 존 월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연단에 올라 현재 물가 수준과 통화정책의 향방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특히 23일에는 미국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연준 위원들의 통화정책에 대한 스탠스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5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어하면서도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내놨는데, 의사록에서도 이 같은 스탠스가 확인된다면 금리인하 기대감을 강화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현지시간)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재차 불타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비디아의 2~4월 분기 실적에 대한 미국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는 매출 246억 1000만 달러, 순이익 137억 8000만 달러다. 업계는 최근 AI 관련 기업들이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하면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엔비디아에 대한 증권가의 목표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1000달러에서 1100달러로 10% 상향했고 HSBC 역시 1050달러에서 1350달러로 크게 올려 잡았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005940)은 다음주 코스피의 예상 범위를 2700~2820포인트로 제시했다. 미국의 물가 불안 후퇴와 미국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인 등을 상승 요인으로 꼽은 반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포·탐욕지수는 1개월 전 공포에서 탐욕 구간의 초입 국면으로 전환됐는데, 아직 극단적 탐욕까지 여유가 있어 투자심리가 추가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 역시 “5월 중 코스피가 2800선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단기 과열 부담과 리스크온 시그널 정점 통과 등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증시 레벨업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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