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사의 보유 계약 규모가 7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잔액도 2300조 원이 붕괴됐다. 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고금리·고물가에 보험을 해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의 기금 고갈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사회 안전망의 최후 보루라고 불리는 보험산업이 위축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생보사의 보유 계약은 총 2295조 9286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52조 9717억 원(2.26%) 줄어 2300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 생보사의 보유 계약 잔액은 2017년까지 늘어난 뒤 7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최근 7년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 2월 생보사의 보유 계약 잔액은 두 달 사이 5조 원 가까이 축소됐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올해만 60조 원이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험 가입은 감소하고 기존 보험 해지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새로 가입한 보험 계약 금액은 233조 1246억 원으로 2015년 이후 가장 적었다. 불과 1년 전에 비해 20조 원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반면 지난해 해지 또는 효력 상실된 보험액은 202조 7171억 원으로 전년보다 7조 원 넘게 늘었다. 해지 보험이 증가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고령화 문제도 있지만 보험 산업 성장기에 맞춰진 제도와 인식이 바뀌지 않은 탓도 크다고 지적한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은 “미래의 고령층은 단지 질병만 관리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은퇴자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서비스도 필요하기 때문에 고령화 시대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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