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포괄적 인공지능(AI) 규제'를 입법했다. AI를 위험도에 따라 구분해 규제 적용 수위를 나누는 한편 위반시 글로벌 매출 최대 7%의 벌금을 부과한다.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EU가 AI 규제에서도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각 나라에서 유사 법안이 도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21일(현지 시간) ‘AI법(AI Act)’을 최종 승인했다. 2021년부터 입법 논의가 시작된 AI법은 이듬해 10월 ‘챗GPT’ 출시 후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 마티유 미셸 벨기에 디지털 장관은 “사회와 경제에 기회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술 과제를 다루는 세계 최초의 법안”이라며 “신뢰·투명성·책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 유럽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말했다.
EU AI법은 AI를 위험도에 따라 나눠 규제한다. 선거·의료·자율주행 등에 사용되는 AI는 ‘고위험도’로 엄격한 투명성 의무를 지닐 뿐 아니라 반드시 인간 감독 하에 놓여야 한다. 사람을 피부색이나 성적지향, 사고방식 등으로 분류하거나 직장이나 학교에서 ‘사회적 점수’를 평가할 수도 없다. 얼굴을 포함한 실시간 생체 인식 감시는 실종자 찾기나 테러 위협 방어, 심각한 범죄 용의자 추적 등 특정 목적을 제외하고는 금지된다.
법안은 내달 발효된다. 전면 적용은 2026년부터지만 생체 인식 감지와 사회적 점수 평가 금지는 6개월 후부터 적용된다. 챗GPT와 ‘제미나이’ 등 현재 상용화된 AI 모델들은 3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 위반시에는 750만 유로(약 110억 원) 또는 글로벌 매출 1.5~7%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빅테크들은 EU의 선제적 AI 규제에 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례가 생긴만큼 유럽 외 지역으로 유사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로펌 쿨리의 패트릭 반 에케 파트너 변호사는 로이터에 “타 국가와 지역이 EU AI법을 청사진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EU AI법은 미국의 가벼운 자율 준수 접근 방식보다 더 포괄적”이라며 “중국의 경우 사회 안정과 국가 통제 유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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