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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출신 CEO…"복약지도 경험, 먹기 편한 약 개발 밑거름 됐죠"

[CEO&STORY]

■박재경 알피바이오 대표

만성질환 환자 30% 약 제때 복용 안해

약사 경험, 소비자와 접점 찾는 큰 도움

화이투벤 유통기한 12개월 확대 주도 등

국내 연질캡슐 점유율 1위 수성 이끌어

사이즈 축소·제형 개선 건기식서도 성과

기준 까다로운 한국암웨이에 잇단 납품

농가와 상생 '천연물 원료' 개발도 잰걸음

특허활용, 美·加 등 글로벌 진출 힘쓸 것

박재경 알피바이오 대표가 22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고혈압과 관절염·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 중 30%는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어요. 약사로 근무하며 환자들이 복약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 가격에 판매돼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시간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박재경(사진) 알피바이오 대표는 22일 서울 강남구 알피바이오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복약 순응도만 높아져도 치료 효과가 크게 늘어나는데 같은 약이라도 먹기 편한 게 중요한 이유”라며 이같이 밝혔다. 약사 출신인 박 대표는 올해 4월 알피바이오 각자대표에 선임돼 윤재훈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알피바이오는 전 세계 연질 캡슐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알피셰어와 대웅제약이 합작 투자해 1983년 설립된 회사다. 연질 캡슐 제조 기술을 활용해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기획·개발하면 다른 제약사가 판매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 업체다. 회사 설립 이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41년간 국내 연질 캡슐 일반의약품(OTC) 제조 점유율 1위(50%)를 유지하고 있다.

상호가 드러나지 않지만 대웅제약의 간 기능 개선제 ‘우루사’, 동화약품과 종근당의 감기약 ‘화이투벤’ ‘모드코S’, 경동제약과 대웅제약의 진통제 ‘그날엔’ ‘이지엔6’, 유한양행의 마그네슘 영양제 ‘마그비’ 등 다양한 제품이 알피바이오와 고객사의 공동 기획·개발 속에 탄생했다. 이부프로펜과 디펜히드라민 복합제인 야간용 진통제도 알피바이오가 최근 개발한 상품군 중 하나다.

2007년 서울대 약학대학 제약학과 졸업 후 일선 약국에서 근무를 시작한 박 대표는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고민을 하면서 ‘먹기 편한 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겼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복약 지도에 필요한 보건의료 정책을 공부하고 복약 지도를 돕기 위한 약사들의 평생교육연구회 ‘한국약사교육연구회(KCPE)’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학술대회는 물론 출판 작업 등을 진행했고 약물 정보를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는 ‘메디컬 라이팅’ 실력을 인정받아 약물 정보 회사 킴스의 학술팀장을 맡기도 했다.

‘학구파’ 약사로 꼽혀온 박 대표가 알피바이오를 선택한 것 역시 “‘복약 편의성’을 고민하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킴스에서 마케팅 및 학술 자료를 집필하며 마케팅 업무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영입 제안이 왔다”며 “연질 캡슐 국내 최초·최고라는 타이틀과 가장 많은 설비와 포뮬레이션(제제) 처방을 토대로 ‘먹기 편한 약’을 고민하는 회사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입사 이후 시작한 작업은 윤 대표와 함께 제품 출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는 “입사 당시에도 어떤 원료든 다양한 원료 물성을 연질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축적된 기업이었다”면서도 “그럼에도 1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상품을 계속 내야 하는 만큼 어떤 제품을 먼저 출시해 시장을 선점할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연구소와 생산 부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약사 출신이라는 경험이 빛을 발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감기약 ‘화이투벤’이다. 박 대표는 “화이투벤은 론칭 당시 감기약 시장에서 2등 제품이었다”며 “윤 대표가 OTC는 ‘상비약’ 성격이 강한 만큼 기존 24개월이던 연질 캡슐의 유통기한을 36개월로 늘려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저 역시 약국 근무 당시 환자들이 짧은 유통기한에 불편해했던 점이 떠올라 상품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유통기한을 늘린 결과 화이투벤은 2020년 감기약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당시 개발한 연질 캡슐 기술은 2021년 특허를 출원할 만큼 기술력이 입증된 뉴네오솔 공법으로 발전돼 시장점유율 유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유효 성분 함량이 90% 이상 유지되는 국내 유일의 유통기한 3년 제품(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으로 생산 속도 역시 약 100배 빠르고 수율도 99%(오차 범위 1%) 로 매우 높아 정교한 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캡슐을 최대 30% 축소해 소비자들이 섭취하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큐비아 데이터에 따르면 알피바이오는 2023년 상반기 국내 연질 캡슐 제조사별 시장점유율 55%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박 대표는 “편의성에 대한 고민은 유통기한을 늘리는 것 외에도 캡슐 사이즈 축소, 맛과 제형 개선 등을 포괄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상품 개발에 나선 결과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암웨이에 체지방 감소 기능 개별 인정형 원료인 ‘시네트롤(자몽 추출 등 복합물)’을 활용한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공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피바이오는 올해 한국암웨이와 ‘츄어블 비타민D’를 출시하는 등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OTC 총괄상무로 재직할 당시 해당 부문 매출을 503억 원(2022년)에서 598억 원으로 18.8% 늘렸다. 박 대표는 “윤 대표가 신사업 발굴 및 투자 총괄을 담당해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면, 약사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 고도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알피바이오가 혁신 비전 사업으로 지정한 ‘천연물 연질 캡슐’ 개발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박 대표는 “질병이 생기면 치유하던 시대에서 미리 발견해 관리하고 예방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자연에서 얻는 소재에 부작용이 적고 흡수율이 좋은 연질 캡슐의 특장점을 살리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농촌진흥청 및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흑삼 추출물’을 개발하고 있는데 체지방 감소를 위한 ‘해바라기 종자 추출물’과 ‘덖음 진피 추출물(말린 귤껍질)’도 개발 중”이라며 “국내 식품 소재로서 농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소비와 공급자 모두 ‘윈윈’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에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년 여름쯤 제품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 등 품질이나 효과 면에서 알피바이오의 제품보다 더 우등하다고 보지 않는 만큼 국내 시장에만 머물기에는 아까운 측면이 많다”며 “미국·캐나다·인도네시아 등 지속적으로 해외 전시에 참가해 세계 유일의 연질 캡슐 특허 기술을 활용한 위탁개발생산(CDMO) 역할을 강화·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피바이오는 종근당과 함께 몽골에 감기약을 수출했던 경험을 토대로 세계 5대 글로벌 제약사와 의약품 수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She is…△1982년 전남 광주 △원주여고 △서울대 제약학과 △서울대 보건정책관리학 석·박사 △2007년 정문약국 △2009년 도곡메디칼약국 △2012년 삼성서울병원 △2016년 킴스 △2017년 서울시약사회 학술위원 △2018년 알피바이오 △2020년 대한약사회 여약사위원회 △2024년 알피바이오 각자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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