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연쇄 회동을 갖고 낮은 자세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도움이 절실한 여당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국정동력 발판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3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부터 국민의힘 인사들과 식사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않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고, 이달 13일에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지난주 후반부터는 22대 국회 당선자들과 그룹별로 만찬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16일에는 수도권 및 대구·경북(TK) 초선 당선자들과 만찬 회동을 했고, 20일과 22일에는 각각 부산·울산·경남(PK) 초선 당선인,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낮은 자세로 경청하며 변화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22일 만찬에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지낸 인요한 당선인이 ‘총선 참패 원인이 무엇이냐고 지적을 받으면 제 탓이다고 말한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다 내 원인으로 이야기하시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결과로 드러난 지난 2년 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냉정한 민심의 평가를 겸허히 받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황우여 비대위 지도부들과 만나선 “당이 중심이 돼 잘 해보자”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수직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당정관계 일대의 변화를 예고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당정 소통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한편 4대 개혁 등 민생 과제 완수를 위한 ‘단일대오’의 형성하자는 당부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만찬에서 “당이 민심을 살펴 건의하면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했다. 국정 동반자인 여당을 존중하며 국정을 이끌겠다는 의사를 전한 셈이다. 또한 “4대 개혁은 어렵지만 후손들을 위해 꼭 마무리해야 한다”며 당정이 똘똘 뭉쳐 민생 분야 성과를 이뤄나가자는 목표도 제시했다. 22일 만찬에 참석한 한 비례대표 당선인은 “윤 대통령은 ‘개혁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많이 도와 달라고 했다”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다 도와줄 테니 언제든 전화도 하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과 스킨십을 넓히는 건 여소야대 정국 속 국정동력을 확보하려면 여당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총선 참패 이후 냉랭해진 여당을 다독이며 22대 국회 개원 전 여권 내부 진영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여권 일각에서는 차기 전당대회 주자로 윤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한 것으로 알려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여권은 윤 대통령의 노력을 반기는 모습이다. 최근 윤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한 한 당선인은 “윤 대통령은 말씀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주로 들었다며 “말씀을 들으시면서 수용하시는 것 같았다”고 했다. 또 다른 당선인은 “호탕하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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