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028300)그룹의 주가 급락 사태가 코스닥시장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HLB의 주가는 단타 세력들의 난입으로 장중 한때 8%까지 올라섰다가 -1%대에서 마감할 정도로 불안정했다. 코스닥 바이오 종목들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외면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409조 4668억 원으로 HLB가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기 직전인 16일 419조 6403억 원 대비 10조 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코스닥 제약지수 119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6조 원가량 줄었는데 이보다 축소 폭을 키운 것이다. HLB의 주가는 이날 오전 한때 8%대까지 올라서며 반등을 기대했지만 장 마감 때는 -1%대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1주일 새 반 토막이 나면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코스닥시장 전체가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코스닥 시총의 1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업종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코스닥 제약지수의 시총이 코스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달 16일 12.8%에서 이날 11.4%로 줄어들었다. 삼천당제약(000250)(-3.32%)을 비롯해 보령(003850)(-3.21%), 한미약품(128940)(-1.94%) 등은 이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에스엠(041510)·에코프로비엠(247540)·에코프로(086520) 등 비제약주들이 차지했고 개인들은 693억 원을 순매도하며 코스닥을 떠났다. 그렇지 않아도 코스닥 상장사들의 올 1분기 실적에서 의료·정밀기기 업종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10.75% 줄고 제약 업종은 적자 전환했다.
외국인만 순매수 상위 종목에 HLB를 올렸지만 그마저도 매수 금액은 172억 원 수준으로 미미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 폭을 키울지,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설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은 ‘단타족’들이 매집에 나섰다가 차익 실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HLB가 과거 신라젠·티슈진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나온다. HLB는 자사 간암 신약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주가를 띄운 뒤 올 3월에만 6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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