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올 9월까지 기업가치 제고 우수 기업들로 구성된 밸류업 지수 개발을 완료한다. 상속세 인하 등 세제 개편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서는 전제 조건인 전산 시스템 구축에 “최소 10개월 이상 걸린다”고 밝혀 연내 공매도 재개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4일 정은보 이사장 주재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했다. 거래소는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가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KRX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3분기까지 완료하고, 관련 ETF 상품 개발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지수 편입의 기준은 자본효율성과 주주 친화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는 자본효율성을 보여주기 위한 재무지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투하자본이익률(ROIC)·가중평균자본비용(WACC) 등이,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배당성향·배당수익률·주주환원율 등이 제시됐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밸류업 지수인 ‘JPX프라임150’의 기업 선정에서 ROE에서 자기자본비용(COE)를 뺀 ‘자본수익성’과 ‘주가순자산비율(PBR)’ 2가지를 기준으로 정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지수 편입 시 기업의 업종별·규모별·성장 단계별 특성을 모두 고려해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며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보다 인센티브를 풍부하게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중국판 밸류업인 ‘신국9조’만 해도 배당에 인색한 기업을 관리 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페널티가 있지만 우리는 기업 참여에 있어 자율성에 방점을 찍되 적극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유무형의 지원책이 있다는 얘기다.
우선 거래소는 밸류업 기업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을 4분기부터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미국과 일본에 IR을 하고 왔더니 홍콩과 싱가포르 쪽에서도 IR 요청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와 금융 당국은 가이드라인에서 기업이 ‘장래 재무 실적, 사업 전망’ 등을 통해 제시한 미래 계획을 달성하지 못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가이드라인 수립 과정에서 재계가 전달한 주주들로부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발표한 회계 외부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면제·완화하는 정책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이달 초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공개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계획 공시에 대한 내용도 완화됐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 최종본에는 ‘성장성’을 보여주는 재무지표에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 항목이 추가됐다. 비재무지표에서는 ‘감사의 독립성’과 관련해 ‘내부감사 지원조직의 독립성, 내부감사기구의 주요 활동내역’ 등이 공시 권장 항목에 들어간 것도 눈에 띈다.
관심을 모았던 공매도 재개는 연내 어려울 전망이다. 정 이사장은 "공매도와 관련된 정책 방향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거래소의 기술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곧 결정될 듯 싶다"면서도 “공매도 전산 시스템 개발에는 1년 정도, 많이 단축하면 10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 단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단축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얼마나 안정적인 탐지 시스템을 만드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앞서 대통령실이 밝힌 ‘공매도 전산 시스템 완비 전 공매도 재개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