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행위(불법 금융업 등) 사업자와 투자 계약을 맺었더라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유사수신행위가 현행법상 금지이나,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거래를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A사의 회생관리인이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A사는 부동산 투자업체를 표방하면서 허가 없이 투자금을 모아 '돌려막기' 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불법 영업을 했다. B씨는 2018년 A사에 3000만 원을 맡긴 대가로 1년간 배당금 580만 원을 받았다.
이런 불법 영업이 적발됨에 따라 A사를 운영하던 부부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이 각각 확정됐다. A사는 2021년 8월부터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이후 A사의 회생관리인은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이듬해 제기했다. 유사수신행위가 불법이므로 투자 약정도 무효이고, 따라서 약정에 따라 얻은 배당금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판의 쟁점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유사수신행위법 3조의 법적 성격을 투자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해당 조항에 따라 계약의 효력을 무효라 볼 경우 B씨는 배당금을 반환해야 한다.
재판부는 모두 A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해당 계약은 효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3조를 효력규정으로 봐 이를 위반한 법률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선의의 거래 상대방을 오히려 불리하게 함으로써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실질적으로 반할 수 있고, 계약의 유효성을 신뢰한 상대방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3조 해석에 관해 처음으로 명시적 판단을 밝혔다. 최근 불법 금융업에 의한 피해가 늘면서 해당 조항의 해석을 두고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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