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주요 경영진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와 SK텔레콤(017670) 이사회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그동안 투자형 지주사로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지주사 본연의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사장급 임원들이 계열사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면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추진하고 있는 그룹 쇄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장용호 사장 등 SK㈜ 경영진 31명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 이사회로 합류했다. 2019년 15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의 이사회에 SK㈜의 임원이 합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사장이 SK하이닉스,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가 SK텔레콤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신창호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PM) 부문장은 SKC(011790), 김무환 그린 부문장은 SK스퀘어(402340), 김연태 바이오담당은 SK바이오팜(326030) 이사회에 각각 참여하기로 했다. SK E&S와 SK에코플랜트·SK실트론 등 SK㈜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의 비상장 계열사 이사회에도 SK㈜의 경영진이 합류했다.
SK㈜ 경영진이 계열사 이사회 참여를 확대한 배경에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 점검 및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작업이 있다. 그룹의 쇄신에 발맞춰 지주사도 배당만 받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계열사의 기업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장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SK㈜의 기업가치는 결국 계열사 기업가치의 합”이라며 지주사 본연의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SK그룹은 그동안 ‘따로 또 같이’라는 특유의 경영철학에 따라 각 사의 이사회가 의사 결정의 핵심 주체가 되는 ‘따로’에 더 무게를 실어왔다. SK㈜도 투자형 지주사로서 자체 포트폴리오 투자에 집중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신성장 사업에서 계열사 간 중복 투자 사례가 발생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정리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최 의장이 쇄신의 칼을 빼든 것도 이 같은 요구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SK㈜가 지주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 계열사 이사회, SK㈜로 이루어진 SK 특유의 지배구조인 '트리니티 시스템'이 본격 가동됐다는 평가다. 이 시스템은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 공통의 아젠다를 도출하고 각 계열사 이사회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실행하는 한편, SK㈜는 계열사 이사회 참여를 통해 시장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시각을 대변하는 구조다.
SK하이닉스 이사회에 합류한 장 사장은 포트폴리오 전문가로 통한다. 2015년 SK㈜에서 PM 부문장을 맡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를 주도하는 등 SK그룹의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바 있다. 그룹 재무통으로 알려진 이 CFO와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계열사의 재무·경영 현황을 진단했던 신 부문장은 각 계열사가 재무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전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와 텔레콤 이사회 합류로 SK㈜가 그룹의 주력 사업까지 직접 관리하게 됐다"며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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