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3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다. 유한양행,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에이비엘바이오 등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핵심 파이프라인 연구 결과가 대거 공개되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ASCO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 유럽 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 학회로 불린다. 업계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 다음으로 큰 행사다. 지난 4월 열린 AACR이 전임상 단계 초기 연구 결과를 다뤄 항암신약 개발의 트랜드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 ASCO에서는 후기 임상시험 결과 데이터와 상업화를 눈 앞에 둔 약물이 공개된다. 각사의 발표 내용으로 신약 개발의 성패를 가늠하고 기술이전 및 파트너십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매년 4만여 명의 학계·업계 관계자들이 ASCO를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23일 공개된 연구 초록에 따르면 올해 주목할 영역은 혈액암, 폐암, 유방암 등이다. 임상 진행 경과를 고려했을 때 국내 기업 중에서 유한양행,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에이비엘바이오, 앱클론, 지아이이노베이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임상 3상 효과를 확인하는 데이터를 발표한다. 렉라자는 오는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ASCO에서 공개될 연구 성과로 향후 FDA 심사 통과 여부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최근 HLB의 간암 1차 치료제가 FDA에서 최종보완요구공문(CRL)을 받은 만큼 '첫 국산 항암제'의 타이틀을 거머쥘 다음 타자로 관심이 쏠린다.
혈액암 분야에서는 앱클론의 임상 1상 추적 관찰 결과 포스터 발표가 이뤄진다. CAR-T 세포치료제 개발사 앱클론은 혈액암 세포 표면 'CD19'를 타겟하는 CAR-T 치료제 'AT101'를 보유하고 있다. 혈액암은 고형암 보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미충족 수요가 높은 만큼 다수의 신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영역이다. 객관적 반응율 92%, 완전 관해 75%의 높은 효능을 보인 만큼 효능 유지가 관건이 될 예정이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중국 파트너사인 포순제약이 위암·위식도암에 대한 ADC 후보물질 ‘LCB14’의 임상 2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앞서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LCB14는 아스트라제네카의 ADC 치료제 ‘엔허투’ 임상 결과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엔허투 위암 타깃 임상 결과 보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을 제외한 대부분 효능 지표에서 우수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항암제 임상 1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L1’과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분자인 ‘4-1BB’를 동시에 표적 하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ABL-503’에 대한 결과를 공개한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연구 7편을 발표한다. 최근 루닛은 글로벌 유방암 AI 검진 업체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 인수를 마무리했다. HLB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글로벌 3상 임상에 참여한 환자의 최종 생존기간을 추적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다.
증권 업계에서는 ASCO가 바이오주의 투자심리를 살릴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 지연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ASCO가 제약·바이오 투자심리를 개선 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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