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치료제는 몇 억에서 몇 십억까지 하는 고가 약이 많아 제약사들이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혜택을 받으려면 등기 우편 등 필요한 서류들을 보내는 불편함이 많았죠. 어플리케이션(앱)에 서류·사진 등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즉시 약제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장민후(사진) 휴먼스케이프 대표는 27일 서울 강남구 휴먼스케이프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아스트라제네카(AZ)와 조만간 관련 사업을 시작하고 다른 제약사들과도 병렬적으로 연계해 나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휴먼스케이프가 운영 중인 ‘레어노트’는 희귀질환 통합 솔루션이다. 1000종에 달하는 희귀질환 정보부터 신약 개발 진행 상황, 환자 교류 등을 지원하며 현재 약 4만 7000여명의 희귀질환 환자와 보호자가 이용하고 있다.
김용현 레어노트 사업총괄은 “제약사로서도 시판 허가와 급여 인정, 매출 확대 등 치료제의 고도화 과정에서 환자들의 삶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등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회사가 지닌 질환에 대한 이해도와 정보통신(IT) 기술의 강점을 살려 데이터를 보기 쉽게 정리하면 제약사와 환자 모두 ‘윈윈’하는 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먼스케이프가 ‘레어노트’를 개발한 건 2019년이다. 장 대표는 “희귀질환은 환자가 적어 공유되는 정보가 많지 않고 이마저도 대부분 영어로 돼있다 보니 올바르지 않은 치료법으로 피해를 보는 환자들이 많다고 느꼈다”며 “초기에는 불편함을 해소해주자는 생각에만 머물렀는데 환자와 의료인들을 만나 서비스를 다듬으며 ‘치료기회 확대’로 방향성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레어노트는 최근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김 사업총괄은 “환자단체, 의료진이 협업한 ‘유전성 망막질환 유전체 연구 프로젝트’에서 환자 4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며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이뤄져 두 명은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육아앱 마미톡에서 건강체크리스트 방식으로 진행한 ‘척수성 근위축증(SMA) 캠페인’에서도 질환이 예상되는 다수의 이용자가 확인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SMA는 두 돌 전까지 발견하지 못하면 사망률이 90%에 달하는 희귀질환으로 2022년 국내에 치료제가 도입됐다. 장 대표와 김 사업총괄을 “근래 가장 보람찼던 기억”이라고 밝혔다.
제약사를 상대로 희귀질환 치료제 도입에 필요한 환자의 진단 과정, 치료 예후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정보 구독’ 사업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내밀한 정보인 만큼 지금까지는 앱과 별개로 환자들을 직접 만나 서면 동의를 추가로 받아왔다” 면서도 “환자들도 취지에 공감해줘서 동의를 받는 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이 같은 방식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앱으로 동의를 받돼 단계 단계마다 알림을 보내 환자들이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희귀질환에 불리한 보험 상품 개발 등 환자의 이해관계와 상충할 수 있는 경우 제휴하지 않는 원칙 고수도 강조했다.
휴먼스케이프는 지난해 시리즈 C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누적 투자 유치 750억 원을 달성했다. 장 대표는 “레어노트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치료제가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하고 환자들의 임상 참여도 돕고 싶다"며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기회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