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벤처투자회사(VC)의 경영난이 투자 혹한기로 불렸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지속되고 있다. 신규 등록 열기가 사라진 것은 물론 어렵게 얻은 자격을 반납하는 사례까지 속출하는 상황이다.
28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신규 등록한 벤처투자회사는 5곳에 불과하다. 2022년 42곳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한 내리막 흐름이다. 투자 혹한기였던 2023년은 19곳의 회사가 신규 등록했다.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출자규모를 대폭 늘리는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됐지만 VC들은 여전히 위축돼 있는 것이다.
VC업계에 진출하려는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벤처투자시장의 온기가 여전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은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민간 출자자(LP)를 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다. 고금리 국면을 맞아 금융권과 각종 공제회 등 ‘큰손’들이 과거와 다르게 벤처투자 분야에 지갑을 닫으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VC업계의 한 관계자는 “VC는 펀드를 조성해 관리보수를 받아야 하는데, 펀드 출자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자본금만 탕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사기로에 놓인 VC도 늘어나고 있다. 신규펀드 결성은 물론 투자도 하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인 VC는 △2019년 15곳 △2020년 19곳 △2021년 30곳 △2022년 36곳 △2023년 45곳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들어 루트벤처스, IDG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이랜드벤처스, 예원파트너스 등 VC 5곳이 면허를 반납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와 유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VC업계에서 체감하고 있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면서 “직원 월급이 수 개월 밀린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선정된 VC도 상당수는 신규 펀드 조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폐업을 택하는 VC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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