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존 사전트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펼칠 때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전트 교수는 29일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AI의 근원’을 주제로 진행된 제6회 차세대 지성 포럼(NIF)에서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 등 정책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면 유의미할 것으로 예상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는 이미 통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세련된 방식으로 AI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AI를 과거 경제지표 분석과 이를 통한 전망에 활용할 경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경제 흐름이나 위험 신호를 읽어낼 수도 있다. 사전트 교수는 “수많은 AI들은 더 큰 모델에 대한 통계일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머신러닝 같은 AI는 더 많은 데이터, 더 빠른 컴퓨팅, 더 많은 저장 공간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롭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전트 교수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사전트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AI로 인간이 갖고 있는 인지적 한계를 보완해 고등 교육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류가 수천 년간 지식을 축적해왔음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AI의 발전을 도모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전트 교수는 “인간의 제한된 인지 능력과 그 한계에 대한 이해가 역설적으로 AI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근원이 생물학과 통계학, 경제학, 물리학 등에 있다며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찰스 다윈, 아이작 뉴턴 등의 연구 방식이 머신러닝 같은 AI의 방식과 같다고 소개했다.
‘합리적 기대가설’로 저명한 거시경제학자 사전트 교수는 정책 수단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과 관계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11년 크리스토퍼 심즈 교수와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합리적 기대가설은 경제 주체들은 모든 정보를 이용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에 어떤 경제 정책을 펴더라도 그 효과가 기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이론으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사전트 교수는 한국은행이 30~31일 ‘중립금리의 변화와 세계 경제에 대한 함의’를 주제로 개최하는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이창용 한은 총재 및 토마스 J. 조던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등과 글로벌 경기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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