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주도주로 불리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주가 급등에 힘입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종목 자리를 꿰찼다.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테슬라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해외 주식 보유 금액 1위 자리를 내줬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의 엔비디아 주식 보관 금액은 110억 7689만 9588달러(약 15조 2300억 원)로 모든 해외 주식 가운데 가장 많았다. 엔비디아 보관 금액이 전체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관 금액 1위 자리를 독차지했던 테슬라는 106억 7793만 9030달러(약 14조 6800억 원)의 보관 금액으로 2위가 됐다. 테슬라는 2020년 7월 아마존을 제치고 해외 주식 최대 보관 금액 종목 자리에 올라 최근까지 3년 11개월 동안 장기 집권했다.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투자 결과에 희비가 엇갈린 것은 최근 AI와 전기차 시장 전망에 그 만큼 격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축으로 꼽히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3일(현지시간)에는 처음으로 주가가 1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올 들어서만 14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현 시가총액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수준이다.
반면 테슬라는 올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거센 저가 공세를 마주하며 저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주가가 올 들어 30%가량 하락한 데 이어 미국 뉴욕 증시 시총 순위에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국내 투자자들이 아무리 주식을 매수해도 돈을 불릴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예탁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이달 29일까지 테슬라를 11억 8509만 5669달러(약 1조 6309억 원)어치 사들여 여전히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엔비디아는 같은 기간 테슬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억 1598만 6106달러(약 7107억 원)어치만 사들였다. 이는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 3위 기록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매출 추정치는 지난 1년 동안 한번도 낮아진 적이 없고 아직도 낮은 편”이라며 “엔비디아의 다음 실적 발표 시점인 8월말까지 AI 업황은 ‘정점 우려’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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