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내년도 국내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투자 비중 칸막이 자체를 없앤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국내 투자 비중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밸류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 투자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국민연금도 해외투자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올해 4차 회의를 열고 내년 말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국내 주식 14.9% △해외 주식 35.9% △국내 채권 26.5% △해외 채권 8.0% △대체투자 14.7%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말 자산군별 목표 비중에 비해 국내 주식·채권 투자 비중이 총 3.4%포인트(37조4000억 원) 줄어든 수치다. 국내 주식은 15.4%를 목표로 했지만 0.5%포인트 감소했고 국내 채권도 29.4%에서 2.9%포인트 내려앉았다. 반면 해외 주식은 33%에서 2.9%포인트 늘린다. 해외 채권은 전과 같다. 대체투자는 0.5%포인트 늘릴 예정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실제 집행되고 있는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4.2%에 불과해 올해 말 기준 목표치인 15.4%보다 낮은 상황이다. 정부는 목표치까지 1.2%포인트(13조 2000억 원)가량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있다고 보고 연기금에 밸류업 마중물 역할을 독려했지만 내년 말 14.9%로 목표치가 줄어들면 추가 투입 가능한 자금은 0.5%포인트(약 5조 5015억 원)가 빠진다.
투자 기간을 향후 5년 간으로 늘려보면 국내 투자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준 포트폴리오가 내년 대체투자를 시작으로 5년간 전체 자산으로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준 포트폴리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국내나 국외 간 투자 비율을 정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해외투자는 점차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2029년 말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주식 55% 내외(국내외 통합)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다. 향후 5년간 목표 수익률은 5.4%로 정했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운용 수익률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말 국내 주식 수익률은 5.53%에 불과하지만 해외 주식 수익률은 13.45%에 달한다. 채권 역시 국내는 -0.01%인 데 반해 해외는 4.48%다.
한편 내년부터는 대체투자부터 기준 포트폴리오가 도입된다. 당초 부동산·사모펀드(PEF) 등으로 세분화돼 있던 목표 비중 칸막이를 없애기 때문에 14.7% 내에서 사모리츠나 금·은·원자재 등 자유로운 투자처를 정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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