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결제뿐 아니라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대체불가토큰(NFT)·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으로 발행되고 있다. 미국과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면서 ‘자산’으로 주목받은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로서도 활용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비트코인과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다양한 메인넷(독자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중에서도 가장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된 만큼 입지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31일 서울 성수동 피치스 도원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4에서는 비트코인 개발 전문가들이 비트코인 생태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방향성을 토론했다. 올라올루와 오순토쿤 라이트닝랩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기업을 위한 비트코인 도구를 소개했다. 전 세계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AI 기업들은 데이터 제공자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전통적인 금융사를 거쳐 보상을 지급하면 거래 속도, 수수료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라이트닝랩스가 블록체인 위에 구축한 레이어2(L2) 솔루션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다. 오순토쿤 CTO는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전통 금융 시스템의 제한을 받을 필요 없이 AI 트레이닝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한 이들에게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줄 수 있다”며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인 1사토시(비트코인 1개는 1억 사토시)보다도 낮은 단위로 비용 지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상 지급 내역이 전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투명성도 보장된다.
비트코인 서울 2024의 연사와 패널들은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비트코인 생태계를 뒤흔든 오디널스에도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오디널스는 1사토시에 텍스트·이미지·비디오 등을 새겨넣는 프로토콜이다. 이전까지 비트코인으로는 NFT 발행이 불가능했지만 오디널스 덕분에 가능해졌다. 오디널스는 이더리움 등에서 발행된 NFT와 기능이 유사해 ‘비트코인 NFT’로 불리기도 한다. 캉 리 서틱 최고보안책임자(CSO)는 “네트워크에서 비트코인이 생성된 시점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활용해 각각의 사토시에 가치를 부여한 오디널스는 NFT처럼 유일무이한 특성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NFT는 흔히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NFT 같은 ‘굿즈’뿐만 아니라 콘서트 입장을 위한 티켓 NFT, 이러한 티켓 NFT에 콘서트 영상 등의 콘텐츠를 담은 보다 복합적인 성격의 NFT 등으로 점차 용도를 넓혀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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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오디널스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지수 수호아이오 대표는 “흥미로운 기술이기는 하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오디널스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고 분석했다. 오디널스 거래량이 과하게 증가하면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가 비싸지게 돼 다양한 참여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가능해졌다. 라이트닝랩스의 탭루트애셋, CKB 등의 L2 솔루션 덕분이다. 오순토쿤 CTO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수월해지면서 사용자가 손쉽게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솔루션은 모두 전 세계의 개발자·기업 등에 개방돼 있는 탈중앙 금융 네트워크다. 누구나 관련된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내기 편리해졌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기반 대체가능토큰(FT·Fungible Token) 기술표준인 BRC-20과 관해서는 보안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등장한 BRC20 프로토콜 역시 비트코인 위에서 이더리움처럼 다양한 토큰을 발행하도록 해준다. 비트코인의 용도가 확대되면서 전용 지갑 서비스 등도 빠르게 출시됐다. 그러나 최근 최초의 BRC-20 지갑 유니샛이 해킹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혁신의 속도를 보안 기술이 뒷받침하지 못한 셈이다. 캉 리 CSO는 “보안의 관점에서 경험도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기술 트렌드에 발맞추려 빠르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 보면 리스크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지금이 개발에 입문하기 좋은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리아 자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는 “현재 비트코인 개발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올해는 비트코인 개발 강의를 듣기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루벤 솜센 스테이트체인·소프트체인 창시자는 “2014년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더 많은 한국인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권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이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저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만큼 한국에서 비트코인 개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연락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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