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심화로 수출 대상국의 비관세 조치 중 하나인 무역기술규제(TBT)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기업들의 TBT 대응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규 TBT 발생 사안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규제 해소를 위한 대외 협상 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유무역협정(FTA) TBT 종합 지원 제도’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국표원은 특히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등 4개 국가에 대한 TBT 사안 모니터링과 정보 분석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이 국가들은 최근 들어 수출 기업과 업종별 협회 등에서 애로 사항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TBT는 무역 상대국의 기술 규제, 표준, 적합성 평가 등으로 인해 무역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뜻한다. 제품 안전성 인증 제도인 한국의 KC인증, 중국의 CCC인증 등도 TBT의 한 사례로 꼽힌다.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KC인증을 받아 안전성이 인증됐다고 해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CCC인증을 새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증을 새로 받는 과정에서 수출 기업은 시험 설비 설치, 기술 개발, 통관 지연 등의 수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TBT가 늘어날수록 수출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1년 1월 TBT 정책, 대응, 기업 지원 등의 업무를 전담하는 상설 조직인 종합지원센터도 출범시켰지만 수출 기업들의 애로 사항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국가별 수출과 시장 동향, TBT 고충 사항 등을 조사하고 국내에서 알기 어려운 정확한 정보를 입수해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실제 한국이 제기한 TBT 특정무역현안(STC) 신규 제기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 대상국의 무역 기술 장벽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을 상대로 제기한 TBT STC 건수는 1995년부터 2019년까지 0~7회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2020년 11회, 2021년 16회로 급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각국이 보건과 안전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보 관련 규제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아울러 “TBT 증가는 추가 비용을 발생시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기업의 퇴장을 촉진하고 신규 진입을 억제해 수출 기업 수를 감소시킨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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