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국산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30% 넘게 줄고 수입 전기차 판매는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구매 부담이 낮은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으며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산 승용 전기차 판매량(한국GM의 쉐보레는 수입차에 포함)은 1만 6586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수입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102.9% 증가한 1만 3863대로 집계됐다.
수입 승용 전기차의 선전은 미국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가 견인했다. 테슬라는 1~4월 7922대를 팔며 전년 동기 대비 459%에 달하는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승용 전기차 판매는 같은 기간 9.7% 늘어난 5941대다.
올 들어 4개월간 수입차 전체 판매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7.4% 감소한 점에서 전기차 판매량 증가는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 시장이 둔화세를 보이면서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고 가격 민감도가 낮은 수입차 고객은 전기차 구입에 나선 것이란 업계 분석이 나온다.
수입차 시장 1위인 BMW는 1~4월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5.2% 감소한 반면 전기차 판매는 39.8% 증가한 2109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4월 단 1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폭스바겐은 올해 519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폴스타도 지난해 165대에서 올해 305대로 전기차 판매량을 늘렸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저가 전기차를 내놓으며 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가격 부담을 낮춘 전기차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기아는 보조금 혜택 등으로 실구매가가 3000만 원 중반인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를 다음 달 출시한다. 현대차도 올 하반기 소형 SUV 캐스퍼 전기차의 판매를 시작한다. 캐스퍼 전기차 가격은 2000만 원 후반에서 3000만 원 초반 사이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택시 업계에서도 전기차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4월 두 달간 새롭게 등록된 택시(개인·법인) 4693대 중 전기 택시는 1498대로 32%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 등록된 전기 택시보다 169% 줄어든 수치다. 3~4월 기준 2021년 이후 가장 적다.
전기 택시 시장은 2020~2022년 연평균 3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다 지난해부터 주춤하고 있다. 연도별 전기 택시 등록 대수는 △2020년 903대 △2021년 4993대 △2022년 1만 5765대로 증가하다 지난해 1만 2552대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반면 액화석유가스(LPG) 택시가 대안으로 떠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4월 등록된 택시 가운데 LPG가 차지하는 비중은 72%(1915대)로 2021~2022년 4월 평균 LPG 비중(58%)을 크게 웃돌았다. 전기차에 대한 구매 부담이 높고 충전 불편도 여전한 탓에 LPG차로 눈을 돌리는 택시 사업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LPG차는 다른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연료비 부담이 적은 데다 친환경성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서둘러 LPG 신차 투입을 하며 수요 흡수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 LPG 택시를 4월 다시 출시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7세대 쏘나타를 마지막으로 LPG 택시 생산을 중단했다가 다시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택시 업계의 거센 요구와 함께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LPG 택시 재출시로 돌아섰다. 기아도 이달부터 택시 사업자를 대상으로 K5 LPG차 판매를 시작한다. KG모빌리티(KGM)는 최근 △토레스 EVX 택시 △코란도 EV 택시 △더 뉴 토레스 바이퓨얼 LPG 등 택시 전용 모델 3종을 동시에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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