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5년 전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당시로선 의구심 어린 시선을 받았던 2조원 규모 대형 인수가 지금에 와서는 미국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되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은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마케팅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CJ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 ‘비비고’의 미국 매출은 5억 달러(약 6800억 원)를 돌파했다. 품목별로 보면 K푸드 전반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만두는 일반소비자용(B2C) 시장에서 점유율 42%로 1등을 차지했다. 가공밥은 수출용 ‘햇반 백미’ 매출이 전년 대비 20.6% 상승한 1600억 원을 달성했고, 냉동볶음밥도 1000억 원을 넘겼다. 이들 품목을 포함한 지난해 미국 식품 매출은 4조 38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식품 실적의 절반 가량(47.8%)을 해외에서 기록했는데, 이 중 무려 81%를 미국에서 거둔 셈이다.
고성장을 가능케 했던 요인으로는 2019년 초에 이뤄진 슈완스 인수가 첫 손에 꼽힌다. 발표 당시에는 모험이자 위험천만한 선택이라고 평가받았다. 현지 업계 10위권 업체인 슈완스를 인수하는 대금이 국내 식품업체의 해외 투자로는 이례적인 수준인 약 18억 4000만 달러(약 2조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2022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도 유사한 규모다.
하지만 유통 채널을 크게 넓히는 역할을 하며 미국 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효자 노릇을 했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가 미국 전역에 갖춘 물류 시설과 유통망을 활용하기 위해 인수 다음해 곧바로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수 이전 3000여 곳에 불과했던 미국 내 CJ제일제당 유통 매장 입점수는 현재 6만 개까지 확대됐다.
CJ제일제당의 기존 주력인 K푸드 뿐 아니라 피자와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군을 확장하는 역할도 했다. 레드바론과 토니스 등 냉동피자와 에드워즈 파이 처럼 미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가 대거 추가됐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5월에는 캔자스 주의 슈완스 피자 공장을 증설해 세계 최대 규모를 갖추기도 했다. 이후 레드바론은 네슬레 ‘디조르노’까지 제치고 미국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사업의 주요 제품은 K푸드지만, 진정한 글로벌 식품기업이 되기 위해선 현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제품군도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향후 미국 사업의 ‘퀀텀 점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시설을 확충할 계획도 잡혀 있다. 2021년에 부지를 확정한 사우스다코타주 공장이 북미 전역을 아우르는 새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현지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인에게 익숙한 스포츠를 활용하는 모양새다. 2021년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한 미국 프로농구(NBA) 구단 LA레이커스가 지난해 연 ‘미디어데이’ 행사에선 푸드트럭을 운영해 비비고 만두·치킨·볶음밥 제품을 알리기도 했다. PGA투어 정규대회 ‘더 CJ컵’에도 비비고가 공식 후원 브랜드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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