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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성장史 부정한 판결 유감…진실 바로잡겠다"

SK수펙스 임시회의 참석

이혼판결 관련 '위기론' 입열어

"개인적 문제로 심려 끼쳐 죄송

SK·국가경제에 영향없게 할것"

그린·바이오 질적 성장 강조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태원(사진) SK(034730)그룹 회장이 최근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가 총수 개인의 사생활 이슈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SK그룹 전반에 대한 위기감으로 확산되자 구성원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 특히 SK 성장사를 부정하는 판결 내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구성원들의 명예를 위해 진실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으로 키운 SK…"구성원 명예 지킨다"=최 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경영진의 발의로 소집됐다. 회의에는 최 회장과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의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온 구성원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 원이 SK그룹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룹의 성장에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CEO들 “참담함 심정”…정경유착 곡해에 부글부글=특히 SK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에 대해 일부 CEO는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CEO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의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앞으로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 회장도 상고를 통해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회의를 마치고 사내 포털망에 ‘구성원에 전하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룹과 구성원의 명예를 위해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상고심에서 반드시 곡해된 진실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동안 SK를 거쳐간 수십만 선배 구성원이 힘겹게 일궈온 성장의 역사가 곡해되지 않도록 결연한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崔, 예정된 일정 소화…흔들림 없이 사업 추진=최 회장은 더 이상의 이미지 훼손을 막고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며 구성원들에게도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 참석하며 항소심 판결 이후 공개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달 해외 출장 등 기존에 잡혀 있던 대외 일정도 예정대로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관련해서도 신사업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방향성을 공유했다. 최 회장은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며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인공지능(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는 연초부터 그린·반도체 등 사업별로 수십 개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포트폴리오 조정과 최적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따로 또 같이’ 경영 철학에 따라 중복됐던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TF의 결과들은 이달 25일을 전후로 열리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강도 쇄신·주주환원책그룹 주가 부양 기대=일각에서는 SK가 최 회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를 기점으로 고강도 쇄신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사업 재편과 동시에 SK㈜의 배당 확대 등 추가 주주 환원 정책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재산 분할금에 큰 조정이 없다면 당장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그룹 DNA인 SK경영관리시스템(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며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 하겠다”고 말했다.

최 의장도 “우리 CEO들부터 솔선수범하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기업가치 및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해나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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