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엔비디아’를 외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대만 반도체 생태계와 인공지능(AI)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 외에도 엔비디아·AMD 등 세계 AI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들이 TSMC 등 대만 회사들과의 굳건한 협업을 선택하면서 한국 반도체 생태계가 시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인텔의 수장인 펫 겔싱어 CEO는 대만 타이베이의 난강 전시장에서 막을 올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 무대에 올랐다.
겔싱어 CEO는 엔비디아를 꺾겠다는 의지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AI 가속기 ‘가우디'를 경쟁사인 엔비디아 칩보다 최대 3분의 1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도 내놓았다. 그는 "4월 출시한 가우디3은 경쟁사(엔비디아) AI용 GPU 가격의 3분의 2이고 전작인 가우디 2는 경쟁사 GPU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가우디3는 엔비디아 H100 그래픽보다 AI 훈련·추론 성능이 뛰어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인텔은 가우디 칩을 TSMC에 외주 생산을 맡긴다. 인텔은 자신들이 설계한 제품을 자사 생산 라인에서 만드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유명한 업체다. 엔비디아를 잡기 위한 최첨단 무기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고 TSMC 라인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겔싱어 CEO는 올해 하반기 출시할 '루나 레이크' 중앙처리장치(CPU) 칩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루나 레이크 칩에서 핵심적인 연산을 담당하는 컴퓨트 코어를 처음으로 TSMC의 3나노(㎚·10억 분의 1m) 공정에 외주를 맡겨 제조했다. 그는 “루나 레이크 제조를 위해 TSMC를 활용한 것은 옳은 선택이고 잘 진행되고 있다”며 TSMC의 기술력을 치켜세웠다.
인텔과 TSMC·대만의 관계가 긴밀하게 형성되고 있는 반면 한국 생태계와의 협력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 물론 겔싱어는 연설에서 루나 레이크가 삼성전자 노트북 PC에 탑재될 예정이고 삼성메디슨이 만드는 의료장비에도 자사의 CPU 칩이 탑재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TSMC와의 협력에서 보이는 동맹 관계보다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겔싱어 CEO는 특히 5일 한국에서 열릴 ‘AI 서밋’ 행사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방한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겔싱어 CEO는 한국 방문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이 기간동안 한국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없다”며 “연말에 한국을 다시 방문할 것이고 한국의 고객사들과 인텔은 매우 특별한 관계”라고 말했다.
한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시사했다. 그는 TSMC 단일화된 칩 생산에 대해 "TSMC와 삼성전자가 함께하는 이원화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현재 삼성 파운드리와 2나노 칩을 위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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