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깜짝 발표한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과 관련해 탐사 시추 작업을 더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매장량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플랜B도 준비해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4일 “현재 물리탐사를 통해 추정 매장량이 확보된 상황”이라며 “정확한 (석유·가스의) 매장 위치와 규모를 확인하기 위한 시추는 최대한 촘촘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탐사에 성공할 때까지 최소 5공 이상의 시추공을 뚫겠다고 밝혔다. 성공률이 20%이니 확률상 다섯 번 중 한 번은 ‘잭팟’이 터지리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강 교수는 “지금 5공을 얘기하는데 10공을 해야 할 것”이라며 “더 깊고 촘촘히 시추할수록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확정 매장량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04~2021년 상업 생산을 진행한 동해 가스전의 경우 총 열한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한 적이 있다.
정부의 발표가 다소 빨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을 지낸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원 개발은 크게 탐사·개발·생산 순으로 진행되고 탐사단계 중 (최종) 시추 결과까지 지켜보고 발표한다면 조금 더 확실성이 높았을 것”이라며 “조사단계에 내놓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매장량이 생각보다 적을 때를 대비한 계획도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강 교수는 “140억 배럴은 충분히 수출이 가능한 규모”라면서도 “시추를 해보니 매장량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이건 경제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11년 뒤인 2035년 첫 생산 가능성을 밝힌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전을 준비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강주명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는 “워낙에 장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석유 개발 자체가 리스크가 높은 사업이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다음 정부에 넘어갔을 때 ‘이전 정부 것이니까 개발을 하면 안 된다’ 같은 이분법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해 시추 경험이 풍부한 메이저 자원 개발 업체들과의 적극적인 국제 협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석유공사는 올 12월 첫 시추를 앞두고 세계적인 해양 시추 업체인 노르웨이의 ‘시드릴’과 ‘웨스트 카펠라’라는 명칭의 시추선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총계약 금액은 3200만 달러(약 440억 원)이며 일일 용선료(배 사용 비용)는 6억 5000만 원꼴이다.
강 교수는 “한국은 지하 1㎞까지 시추하는 기술력이 없다”며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기업들과 협업이 필요하다. 협업 과정에서 지분을 일부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실리적인 자원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했다.
이번 탐사를 자원 개발 인력 양성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김 교수는 “자원공학과가 있는 대학(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현장 실습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국내에 유전이나 가스전이 생기면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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