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와 같은 1.3%로 집계됐다.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음에도 같은 수치를 유지하면서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 낮아지게 됐다.
한국은행은 1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달 발표했던 속보치와 같은 1.3%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이는 2021년 4분기(1.6%)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GDP는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 등 세 번에 걸쳐 발표된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건설투자가 건물·토목 건설이 동반 회복하면서 3.3% 성장했다. 겨울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 건설 준공 등이 늘어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도 반도체·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품목과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1.8% 성장했다. 갤럭시S24의 출시 효과 등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민간소비도 예상보다 좋았다. 의류 등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가 모두 늘어 0.7% 증가했다. 정부소비 역시 물건비 지출 위주로 0.8% 늘었다.
반면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등의 침체로 -2%를 나타냈고, 수입도 천연가스·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0.4%를 기록했다.
1분기 성장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은 순수출(0.8%포인트)이다. 건설투자(0.5%포인트)와 민간소비(0.3%포인트), 정부소비(0.1%포인트)도 성장률에 기여했다. 설비투자와 정부투자는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씩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민간소비(-0.1%포인트)와 설비투자(-1.2%포인트) 성장률은 낮아졌지만, 건설투자(0.7%포인트)와 수출(0.9%포인트)은 상향 조정됐다.
1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직전 분기보다 3.4% 증가했다.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4조 8000억 원에서 7조 7000억 원으로 늘어 명목 GDP 성장률(3%)을 웃돌았다. 실질 GNI도 2.4% 성장했다. 지난해 1인당 GNI도 기존 3만 3745달러에서 3만 6194달러로 늘었다.
이렇다 보니 한은이 3분기 중,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5일 보고서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4분기까지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시각도 비슷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보고서를 낸 IB 7곳 가운데 3곳은 3분기부터, 4곳은 4분기부터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씨티, BNP파리바 등 3곳은 한은이 3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올해 연말까지 금리를 기존 3.50%에서 3.00%로 0.50%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 모건스탠리, JP모건, 소시에테제네랄 등 4곳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4분기부터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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