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AI가 향후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어쩌면 인류의 생활을 가장 크게 변화시켰던 1900년대 초반의 2차 산업혁명(전기·자동차·라디오·전신·전화 등) 이상일 수도 있다. 이후 무어의 법칙이 지배하는 반도체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제조업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더뎠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의 변화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현대 제조기술 대부분이 100년 전의 틀에서 크게 못 벗어나고 있다.
사실 정보통신혁명으로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은 서비스업에 집중적인 영향을 주다 보니,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장기 하락 추세를 반전 시키지 못했다. 즉 생활은 편리해졌으나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서 산업 혁명으로서 파괴력도 상대적으로 덜했다. 따라서 창조적 파괴의 정도가 적음에 따라 사회적 갈등과 저항도 미미했고 결과물이 수용되는 속도도 빨랐다.
그러나 AI는 모든 산업에 혁명적인 영향을 주는 변화로, 진행 과정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일단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산업에 실제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기술을 수용할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고 적용 방법을 찾기까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차 산업혁명의 경우 기술이 개발되고 실제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30년 이상이 걸렸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창조적 파괴의 속성상 피해는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반면 그 이득은 장기적으로 분산돼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 집단의 반발이 매우 거셀 수 있고, 이로 인해 복잡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인 컨센서스는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AI 중심 사회에서는 인간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대다수가 AI 혁신을 부르짖으면서도 여전히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걱정한다.
이런 딜레마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지 못하면 로봇 등 자동화가 더딘 상태에서 외국인 노동자 공급의 감소로 서비스업에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는 일본처럼 준비 부족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AI의 파괴력을 직접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연관 산업과 기업의 미래가 의심되는 국면이 여러 차례 올 수 있고 심지어 아직은 기술적으로 ‘3번째 AI 겨울’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주가 역시 장기 상승추세와는 별개로 여러 차례의 부침을 겪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세계 경제는 현세대의 경험 범위 밖에 있는 불확실성에 지배되고 있다.
따라서 눈앞의 현상에만 매몰되지 말고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외의 누구보다 AI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다. 즉, 기술도 뛰어나고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로봇을 도입하는 등 기술 채용에도 유연해 앞서 나갈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