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부피당 에너지밀도를 대폭 개선한 ‘바이폴라’ 배터리 개발을 본격화한다. 전고체 배터리 셀 안에 전극을 여러 개 적층해 전압을 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전기차 탑재 시 기존보다 강력한 출력과 높은 공간 활용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전기차에는 물론이고 도심항공교통(UAM)까지 배터리 공급 범위를 넓혀 시장 선두 지위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미래기술센터는 차세대 배터리인 반고체 및 전고체 배터리를 바이폴라 구조로 구현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연구기관 중심으로 시도된 바이폴라 배터리 개발에 대표 셀 제조사가 직접 뛰어든 것이다. 단순 실험실 수준의 시제품 생산이 아니라 상용화를 위한 기술 확보로 대규모 양산까지 끌어낸다는 목표다.
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미래기술센터장 부사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반고체나 전고체 배터리에서 바이폴라를 구현하려면 개별 전극을 제어하지 않아도 일정한 성능을 낼 수 있는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며 “기술 난도는 높지만 전기차 공간 활용이나 부품 수를 줄이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바이폴라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폴라 배터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기술이 차세대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이 각각 셀 양단에 위치하는 구조로 전극 사이를 고체 전해질로 채운 전고체 또는 반고체 배터리에서 구현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양산하는 삼원계(NCM) 리튬이온배터리는 셀 하나당 하나의 전극만을 가지는 모노폴라 구조다.
모노폴라는 셀과 셀을 커넥터로 연결하는 반면 바이폴라는 여러 셀을 이러한 장치 없이 직접 연결해 배터리 전압과 전력 밀도를 높이는 대신 부피는 줄이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에 다수의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공간도 넓어진다. 공정 단순화에 따른 원가 절감, 차체 무게 감소로 인한 전비 향상 효과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초격차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김동명 사장 직속으로 출범한 미래기술센터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주도한다. 꿈의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으로는 고분자계 2026년, 황화물계 2030년을 제시한 바 있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는 향후 전기차뿐만 아니라 UAM 등 미래 모빌리티에 탑재하며 미래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 부사장은 “전기차 시장을 시작으로 항공기 등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연구는 동시에 진행하되 (제품) 출시 시점은 필요한 성능이나 가격을 달성할 수 있는 시점에 따라 순서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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