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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원전·태양광 대결의 악수(惡手)





“연구자들 사이에서 태양광 연구가 사라질 지경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기시감이 들게 했다.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은 원전 생태계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구 현장도 멍들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가 눈에 띄게 줄고 대학생들은 취직이 어려운 원자력 전공을 피했다. 정권이 바뀌자 태양광 분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한 대학의 태양광 연구자는 “태양광을 공부하던 학생들이 반도체로 전공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를 두고 정권 교체 이후의 정치 보복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씁쓸했다. 우리만 이념에 따라 특정 에너지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1981년 출범한 미국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정부는 직전인 지미 카터 민주당 대통령이 추진한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폐기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대두된 화석연료 감축 흐름이 정권 교체로 역류를 만났다. 지금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에 백악관으로 돌아올 경우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외통수의 에너지 정책은 없었다. 바이든은 2022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멕시코만 해양 석유·가스 시추를 승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치솟아 매월 8~9%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자 신규 시추를 금지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뒤집었다. 트럼프도 IRA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RA는 중국의 태양광·풍력 굴기를 견제하는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국익이다. 한날한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에너지가 정쟁의 대상이 되는 일은 매우 위태롭다. 특히 승자가 독식하고 패자는 궤멸하는 정치 관행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권에 따라 원전과 태양광 생태계가 번갈아가며 타격을 받는 현실이 증거다. 한 번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비용을 낭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에너지 정책은 이상과 현실의 조화가 필요하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각국의 현실에 맞춰 활용해야 한다. 탄소 중립 시대라지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석탄 발전이 불가피한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치는 또다시 에너지를 흔들고 있다. 야당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균형 성장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들어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선 압승을 빌미로 탈원전 카드를 재차 꺼내들었다. 한국의 에너지별 비중은 여야 의석수에 따라 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여소야대에 맞춰 조정하라는 뜻인가. 더 이상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대결시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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