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 지방 관광지도 수도권 마냥 잘 꾸미고 싶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지방 폐산업 시설을 재생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물론 재활용은 시대적 과제이기는 하다. 이번에 강원도 동해시에서 만난 ‘난제’다.
지난 7일 라벤더축제가 한창인 동해시의 ‘무릉별유천지’를 방문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동행했다. 여기서 ‘무릉’은 지역 이름이고 ‘별유천지’는 중국 시인 이백의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이라는 시에서 나온 말이다. 이곳이 정말 판타스틱하다는 의미인 듯하다. 지금 한창 ‘6월 여행가는 달’ 행사중이고 ‘무릉별유천지’는 ‘로컬100’ 가운데 하나다.
무릉별유천지는 과거 석회석 광산이었다고 한다. 동해시는 지금도 유명한 시멘트 생산 도시다. 1968년 쌍용C&E가 이 지역(무릉3지구)에서 석회석 채광을 시작했으며 지난 2017년 최종 폐광됐다. 이런 폐광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그냥 원상복구만 할까 등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관광지를 만들자는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문체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됐고 국비 자금 지원도 받았다.
현재 면적 총 122만㎡ 규모로, 두 개의 호수(석회석을 캐낸 자리에 물이 고여 만들어졌다)를 중심에 두고 스카이글라이더, 오프로드 루지, 알파인코스터, 롤러코스터형 집라인 등이 마련돼 있고 쇄석장 건물은 휴게공간으로 리모델링됐다. (휴게공간에서 파는 ‘시멘트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데 물론 모양이 그렇다는 거지 시멘트를 넣었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개발 사업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가장 인기는 ‘라벤더 축제’(오는 23일까지 진행된다)다. 가득 찬 꽃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유혹적이다. 석회석 폐광지에 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동해시는 폐광에 꽃을 키우기 위해 무려 덤프트럭 1만여대 분량의 흙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암반을 덮은 흙들이 이런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기자가 2년 전에 왔을 때 휑했던 분위기는 많이 가셨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이날 동해시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이곳은 폐산업을 재생해 관광지로 꾸민 대표적인 사례”라며 “지난 2023년까지 공공사업을 추진했고 올해부터는 민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440억 원이 투자됐고 앞으로 580억 원이 추가 투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문체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한다”며 절벽 글램핑장 등을 포함한 숙박시설, 돌 조각공원, 호수를 활용한 수상레저 시설 등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광지를 둘러보고 나서 유 장관은 기대치를 높였다. 그는 “이곳이 과거에 에너지를 생산하던 곳이었다면 지금은 정신적인 것, 문화적인 것들이 (시벤트처럼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의 장소로 변하고 있다”며 “세월이 조금 더 쌓이면 폐광이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 시설로 새롭게 태어나는 아주 멋진 장소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인상적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역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유 장관은 “특히 지역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환경이 있다. 똑같이 인공 구조물이 들어오고 개발을 하기 시작하면 서울 같은 대도시나 지방에 있는 광역시나 그런 큰 도시하고 별로 구별이 안 된다. 결국 지역을 오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기에 약간의 편의를 줄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한 거다. 개발을 위해서 정말 많은 것들이 들어서면 지역이 갖고 있는 생태나 자연환경은 점점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인공 구조물은 안 했으면 좋겠다. 자연환경 그대로 유지하면서 잘 보이지 않는 구조물, 이런 것들을 아이디어를 많이 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문화도시 컨설팅팀을 보낸테니 논의를 하자고 당부했다.
또한 유인촌 장관은 지역 관광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편리한 교통과 숙박이 절실하다는 것도 챙겼다.
“(동해까지 KTX로) 서울에서 두 시간 걸렸는 데 나쁘지 않은 교통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곳은 기차역을 갖고 있어 교통이 좋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역에서 내려서 가고 싶은 곳까지 갈 수 있는 연결교통망, 즉 렌트카라든지 셔틀버스 등의 여부가 항상 문제가 돼요. 교통과 숙박 문제와 함께 저녁에도 볼 수 있는 전시·공연, 지역의 특산품, 그런 부분을 지역에 있는 분들과 협의하고 있어요.”
동해=최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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