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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물류센터 없이 풀필먼트 사업…기존 '물류 공식' 바꿨죠" [CEO&STORY]

■박진수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대표

e커머스 성장기, 물류 혁신 가능성 발견

기존에 있던 국내외 40곳 유통망과 협업

출고부터 정산·반품까지 온·오프라인 연결

美·대만·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진출도

"파트너·고객사와 쌓아올린 믿음이 핵심"

박진수 콜로세움 코퍼레이션 대표. 권욱 기자




“물류 현장이 인력에만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 끝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물류 스타트업 콜로세움을 이끌고 있는 박진수(사진)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물류와 밀접한 삶을 살았다. 부모님이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주위에 유통 회사 등 물류와 관련된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 유독 많았다. 유통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온몸으로 부딪혀보기도 했다. 하지만 물류라는 테두리 안에서 경험을 하면 할수록 물류가 여전히 정해진 체계 없이 현장 인력에 의존해 돌아간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경험 많은 작업자에게 맡기는 식으로만 해서는 유관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박 대표는 생각했다. 영세·중소기업일수록 물류 경쟁력 약화로 도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감도 커졌다. 그가 ‘물류 혁신’이라는 네 글자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다.

12일 서울 강남구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2010년대 들어 e커머스가 한창 성장하고 있었지만 일반 오프라인 기반 유통 회사들은 물류 문제에 매몰돼 전략적인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보니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물류의 기존 공식을 바꾸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2019년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을 창업하며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콜로세움은 글로벌 로지테크 스타트업으로 입고부터 배송, 정산 및 반품까지 상품이 이동할 때 필요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로 연결해 소상공인, 대·중소기업 등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회사에 제공한다. 오프라인 유통망은 국내외에 위치한 4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통해 확보했으며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온라인 시스템은 자체 개발한 통합 물류 솔루션 콜로(COLO)로 구현했다. 콜로는 창고관리시스템(WMS), 주문관리시스템(OMS) 등 물류에 사용되는 다양한 정보기술(IT) 프로세스를 인공지능(AI)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콜로세움의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물류 업무를 원격으로 관리한다. 기존에 작동하던 물류 하드웨어에 첨단기술을 입힌 시스템을 통해 물류를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실제 콜로세움의 근간이 되는 물류센터는 직접 설립하거나 인수한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물류창고와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콜로세움이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는 ‘확장 가능성’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물류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공간과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서비스가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콜로세움보다 먼저 물류 시장에 뛰어든 업계 선배로서 이분들이 지켜온 작업 방식과 축적된 경험들을 존중하면서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유연성은 콜로가 범용화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40개가 넘는 센터의 각기 다른 작업 방식이나 환경에 맞춰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해야 했기 때문이다. 콜로세움은 처음 e커머스 셀러를 타깃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물류 특성에 맞춰 콜로를 개발했다. 하지만 협업을 맺은 물류센터의 개수가 점점 늘어나고 고객사와 배송하는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졌다. 박 대표는 “물류가 발생하는 다양한 현장에 대해 연구하고 그 결과로 획득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온도, 물량 규모, 포장 등의 차이와 생산자들의 포괄적인 요구 사항을 온디맨드 방식으로 충족하기 위해서는 콜로의 범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콜로세움은 쿠팡·컬리 등 e커머스 플랫폼이 연계된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부터 대량 배송에 필요한 화물 운송, 수출과 밀접한 글로벌 유통까지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물류가 진행되는 과정을 분업화하면서 시장을 혁신하는 데도 성공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e커머스가 등장한 후 물량 규모가 급증하고 배송 조건도 까다로워지는 등 물류창고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뚜렷한 체계가 없어 새로운 환경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며 “현장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이전부터 해오던 업무 방식을 고집하며 꾸역꾸역 물량을 처리하던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화라는 게 결국 ‘역할을 나눠서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뜻”이라며 “콜로세움은 IT를 활용한 시스템으로 재고 관리·정산·소통, 현장은 보관·포장·배송 연계 등 주력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물류 산업은 역사가 긴 만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가 물류에 사용될 정도로 생활이나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 산업이다. 그 가운데 10%는 콜로세움처럼 삼자물류(3PL)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한 국가의 1년 GDP 기준으로 3PL 분야는 1.1%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e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시절보다 물류창고에서 해야 될 일들이 복잡해지면서 3PL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풀필먼트 서비스가 제조와 유통 비즈니스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는 국내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니다. 사실 e커머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입을 비롯한 직접구매(직구) 등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물류’가 일상화되면서 물류 업계에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물류는 결국 흐름이기 때문에 국경을 고려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창업 초기부터 나라 사이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고 귀띔했다.

그의 판단에 따라 콜로세움은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미국·대만·말레이시아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연내 센터를 서부·중부·동부까지 5곳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동시에 태국·일본 등 신규 국가로의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도 국내와 비슷하게 기존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콜로세움만의 업무 표준이나 콘텐츠, 서비스 소개 자료들을 모두 글로벌향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지 파트너들이 ‘콜로세움 같은 솔루션을 찾고 있었다’고 말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물류의 특성에 영향을 받아서일까. 박 대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장 핵심적인 성장 비결로 꼽았다. 실제로 콜로세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개념이 낯설었던 창업 초기부터 협력해온 물류창고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신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총괄하는 탄탄한 얼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물류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사실 콜로세움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이를 모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간 파트너들과 고객사, 그리고 임직원들이 쌓아올린 믿음”이라며 “이러한 관계가 콜로세움이 5년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를 원동력 삼아 해외시장에서도 롱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한국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지만 콜로세움은 가능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며 “한국의 셀러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또 해외 판매자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올 때 가장 믿을 만한 파트너로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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