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연구팀이 통증·쾌락에 모두 반응하는 뇌 영역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만성 통증 환자의 우울 증상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서울대와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팀과 함께 통증과 쾌락의 감정 정보에 모두 반응하는 뇌 속 공통 영역을 찾아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11일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우충완 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과 최명환 서울대 교수 연구팀, 토어 웨이거 다트머스대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쾌락의 수준을 감소시키고, 쾌락은 통증의 수준을 감소시키는 것에 대한 상관관계를 밝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증과 쾌락은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뇌 속에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통증과 쾌락이 처리되는 뇌 영역을 확인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기기 안에서 참가자에게 캡사이신 용액(통증 자극)과 초콜릿 용액(쾌락 자극)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실험 기기를 개발했다.
참가자가 MRI 기기 안에서 통증과 쾌락을 경험하는 동안 기능적 뇌의 활동 패턴을 기록했다. 동시에 참가자는 각 경험에 대한 불쾌함·유쾌함의 정도를 점수로 계속 보고했다. 자극이 전달되면 참가자의 감정 점수는 높아져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가 자극 전달이 끝나면 서서히 낮아지는 형태를 띠었다.
또 연구팀은 참가자 58명의 영상 데이터에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뇌의 어떤 영역이 통증과 쾌락에 반응하는지 확인했다.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는 뇌 영역 중 두 가지 경험에 모두 반응하는 뇌 속 공통 영역을 찾아냈다. 통증과 쾌락에 모두 반응하는 공통 영역은 뇌섬엽과 편도체, 전전두엽 피질 등 여러 개이며 이곳에서 통증과 쾌락의 감정 정보를 공통으로 표상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제1저자인 이수안 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통증과 쾌락이 불쾌함·유쾌함의 감정 정보를 통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감정 정보가 단일 뇌 영역보다는 여러 뇌 영역에 걸쳐 표상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부연구단장은 “통증과 쾌락 간 상호작용을 통해 만성 통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우울 증상의 뇌 기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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