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가계대출이 최근 두 달 동안 1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가계부채는 올 4월 증가세로 돌아선 후 그 폭이 커지는 추세다.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주택 경기가 회복되면서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저금리 정책금융 상품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 상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가계대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5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 4000억 원 늘어났다. 증가 폭이 4월 4조 1000억 원에 비해 커져 지난해 10월(6조 2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4월과 5월 두 달 동안 늘어난 가계대출만 9조 5000억 원으로 10조 원에 육박한 상태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담대가 이끌었다. 5월 주담대는 전월 대비 5조 6000억 원 늘어 전월(4조 1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1조 5000억 원 확대됐다. 특히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 폭이 4월 4조 5000억 원에서 5월 5조 7000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주담대가 급증한 것은 그간 얼어붙었던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가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금리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주택 구입용)대출과 버팀목(전세자금용)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5조 7000억 원에서 디딤돌·버팀목대출(은행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7%에 달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디딤돌·버팀목대출 증가액은 1월 3조 9000억 원, 2월 3조 4000억 원, 3월 3000억 원, 4월 2조 8000억 원, 5월 3조 8000억 원으로 최근 두 달 연속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디딤돌·버팀목대출 신청 소득 기준이 1500만 원씩 확대돼 문턱이 낮아졌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거래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 3분기부터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 기준도 완화될 예정이어서 정책대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이날 5대 시중은행을 소집해 가계대출 점검에 나섰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하반기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책모기지 요건 완화와 부동산 거래 회복,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 등이 맞물리면서 더욱 세심한 관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노력과 함께 금융권 역시 차주의 상환 능력을 감안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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