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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사업 어려워지나…공정위 쿠팡 규제에 유통업계 난관 봉착

PB상품 우선 노출 유통업계 오랜 전략

제품개발·판매방식 개편 불가피해져

韓 PB 점유율 3%로 아직 걸음마 수준

“낮은 마진 감수하는데 사업 어려워져”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품 노출을 문제 삼아 쿠팡을 제재하자 유통 업계 자체브랜드(PB) 시장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 탓에 ‘가성비’ 소비가 뜨면서 유통사들은 가격이 저렴한 자사 PB를 전략적으로 판매해 왔는데 이 같은 영업 관행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유통사뿐만 아니라 유통 업체에 PB 상품을 공급하는 중소 업체들까지 긴장하는 상황이다.

1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PB 상품을 전략적으로 노출시켜 판매하는 방식은 쿠팡 외에 다른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사용하고 있다. e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랭킹순’ ‘추천순’ 등으로 자체 기준을 적용한 알고리즘에 바탕해 검색 결과를 고객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컬리에서 화장지를 검색하면 PB 상품인 ‘KS365’ 휴지가, 쓱닷컴에서 물티슈를 찾아보면 이마트 PB ‘노브랜드’ 관련 상품이 등장한다. 대형마트들이 고객들의 눈길이 가장 많이 가는 매대(골든존)에 PB 상품을 노출시키는 것처럼 온라인 업체들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PB 상품을 우선 배치하는 것이다.

유통 업체들이 PB 상품에 집중하는 것은 고물가 국면에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닐슨아이큐(NIQ)와 함께 국내 유통시장을 조사한 결과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년 동안 PB 상품 시장 규모는 11.8% 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재 시장 성장률 1.9%보다 약 6배 높은 수치다. 장근우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유럽에서는 저성장기 실속 소비가 정착하면서 PB 시장이 커졌다”며 “국내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유통 업체들도 새로운 PB를 론칭하는 등 자체 브랜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이마트의 ‘노브랜드’ 외에도 롯데마트가 ‘요리하다’ ‘오늘좋은’에 힘을 주고 있다. 편의점 업체인 CU(헤이루)와 GS25(유어스·리얼프라이스), 세븐일레븐(세븐셀렉트)도 마찬가지다. e커머스 중에서는 쿠팡 외에 컬리가 신선식품 전용 PB(KF365), 비식품 PB(KS365)에 럭셔리(컬리스)와 가성비(99시리즈) PB까지 나눠 브랜드를 론칭했다. 특히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중국 e커머스 가운데 의류에 특화된 쉬인 역시 자체 브랜드 ‘데이지’를 론칭해 판매 중이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PB 시장 규모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글로벌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가 지난해 1분기 기준 국가별 PB 상품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3%에 불과했다. 스위스(52%), 영국(46%) 등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하다. 터키(26%), 남아프리카공화국(19%), 우크라이나(14%) 보다도 낮다.

문제는 이번에 공정위가 쿠팡을 문제 삼아 제재를 하면서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PB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통가에서는 e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쿠팡과 유사하게 전략적으로 상품을 노출하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공정위가 동일한 기준으로 조사를 하면 제재를 피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PB 상품의 노출 방식까지 규제한다면 업체 입장에서는 낮은 마진이 필수인 자체 브랜드 사업을 계속 하기가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PB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 관련 상품을 대형 유통사에 납품하는 중소 업체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당장 쿠팡의 경우에도 곰곰·탐사·코멧 등 PB 상품을 제조해 납품하는 업체들 중 90%가 중소기업이다. 해당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매출과 판매량의 약 80%를 책임지고 있는데 공정위 규제로 쿠팡 PB 상품이 타격을 입으면 다른 판매처를 찾는 게 사실상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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