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가 넘버1·2에 몇 발짝 앞서 치고 나가며 10년 만의 메이저 왕좌 등극을 기대하게 했다. 노 보기로 1라운드를 마쳐 조짐이 좋다. 이전 세 번의 메이저 우승 때도 보기 프리 라운드로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3위 매킬로이는 14일(한국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2번 코스(파70)에서 치른 제124회 US 오픈(총상금 215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만 5개를 잡았다. 5언더파 65타. 버디 6개와 보기 1개의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공동 선두이고 4언더파 3위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와 1타 차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첫날 65타를 쳤고 최종 성적은 1타 차 단독 2위였다.
메이저 4승 등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6승의 슈퍼 스타 매킬로이는 이혼소송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한 달 전 알려졌으나 US 오픈을 앞둔 12일 소송 취하 사실을 밝혔다. 올해 2승이 있는 매킬로이는 시즌 3승이자 메이저 통산 5승 도전이다. 그는 2011년 US 오픈,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 오픈과 PGA 챔피언십을 우승했다. 올해 앞선 두 번의 메이저인 마스터스(공동 22위)와 PGA 챔피언십(공동 12위)에서는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4번 홀(파4)에서 핀까지 209야드를 남기고 아이언으로 2m에 붙여 버디를 잡은 매킬로이는 5번 홀(파5) 티샷을 어지럽게 심긴 풀들 사이로 보냈지만 기어이 버디를 챙겼다. 모래가 많은 구역에서 친 세 번째 샷을 그린 앞까지 보낸 뒤 칩샷을 홀에 넣은 것. 급한 왼쪽 경사를 잘 태운 절묘한 칩인이었다. 10번 홀(파5)에서는 그린 밖에서 퍼터로 잘 붙인 후 2m 버디를 완성했고 16번 홀(파4)에서는 4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떨어뜨렸다. 18번 홀(파4)에서 7m에 가까운 버디를 넣으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매킬로이와 동반 라운드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세계 2위 잰더 쇼플리(미국)는 각각 1오버파 공동 34위, 이븐파 공동 16위로 출발했다.
US 오픈은 흔히 ‘코스와의 전쟁’으로 불린다. 선수들은 가혹할 정도로 어렵게 세팅된 코스와 씨름해야 한다. US 오픈 참가가 4년 만인 타이거 우즈(미국)는 “그린이 정말이지 까다롭다. 핀에 붙인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고 돌아봤다. 그린 못지않게 페어웨이도 엄청나게 단단해 볼이 어디 가서 멈출지 예측할 수 없다. 바닥에 딱 붙을 만큼 잔디가 타이트해 그린 주변에서는 웨지 대신 퍼터를 잡고 굴려야 할 판이고 억센 러프와 모래가 뒤섞인 험한 구역이 군데군데 도사리고 있다.
매킬로이는 코스 난도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2018년까지 3년 연속 컷 탈락을 겪은 뒤 나름대로 전략을 발전시켜왔고 그 결과 US 오픈 특유의 어려운 코스 셋업을 즐기면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이 대회 톱10을 지킨 그는 “그린 한가운데를 보고 공략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날 그린 적중률 83.3%(15/18)의 고감도 아이언이 전략 수행의 원동력이 됐다.
공동 선두 캔틀레이는 2022년 BMW 챔피언십 우승 이후 근 2년 만의 통산 9승에 도전한다. 캔틀레이는 셰플러와 쇼플리, 조던 스피스(미국) 등을 돕는 유명 물리치료사의 고객인데 이들 고객 중에는 캔틀레이만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다.
투어에서 드라이버를 가장 똑바로 멀리 친다는 스웨덴의 신성 오베리가 페어웨이 안착률 100%를 자랑하며 선두를 1타 차로 추격했다. 올 4월 마스터스 데뷔전에서 준우승한 오베리는 US 오픈 데뷔전 우승 기록을 노린다. 2020년 이 대회 챔피언인 LIV 골프 소속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3언더파 공동 4위. 우즈는 버디 2개와 보기 6개의 4오버파로 공동 86위에 그쳤다.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한 15명 중에 한국 선수도 있다. 1언더파 공동 9위에 오른 김성현이다. 김성현도 US 오픈 첫 출전이다.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해 반드시 상위권 성적이 요구되는 임성재는 4오버파 공동 86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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