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영향에 소비가 둔화되고 e커머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유통산업이 구조적 정체기에 진입한 지 오래다. 신용등급마저 줄줄이 강등되면서 국내 유통 업계를 규정하는 핵심은 성장이 아닌 생존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 3사는 올 3월 이마트(139480)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중소형 유통 업체로 구분되는 AK플라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했다.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한국기업평가는 분석 보고서에서 “할인점의 업태 경쟁력 하락과 e커머스 투자 성과 실현 지연 등이 지속됐다”며 “높은 경쟁 강도로 2021년 G마켓 인수에도 e커머스 부문의 시장 지배력 확보가 경쟁사 대비 미미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 등의 유통사가 오프라인 매장 매각에 나서는 것은 결국 재무 부담을 줄여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신평사들은 자산 유동화 여부를 수익성 개선 추이와 함께 모니터링 대상으로 언급하면서 재무 부담을 줄일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유동화 등의 생존 전략에도 유통 업황이 전체적으로 구조적인 정체기에 진입해 실적·재무구조의 구조적 개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통 업체의 주가 역시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추락한 상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만 원을 웃돌던 이마트의 주가는 최근 5만 원대까지 급락했다.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던 2018년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물가와 가처분소득 감소에 따른 구매력 저하가 지속되면서 소비 침체도 장기화하고 있다”며 “중국 직접구매는 고성장이 예상되고 ‘C커머스’의 영향력과 의존도는 더욱 커질 텐데, 이는 기존 유통 업체에는 큰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쿠팡이 일본 직구 상품 무료 배송 등의 전략으로 ‘C커머스’의 위협을 극복하고 있는 반면 (국내의) 기존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은 아직 대응이 부족하다”며 “이제부터 산업의 핵심은 성장이 아닌 생존과 차별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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