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가 ‘탈(脫)네이버’에 속도를 내면서 2021년 이뤄진 소프트뱅크의 야후와 네이버 라인 간의 동행이 3년 만에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라인야후가 시스템 분리 시점을 올해 안으로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최근 ‘라인페이’ 등 네이버의 손길이 배인 서비스를 잇따라 접고 있어 라인야후의 ‘네이버 지우기’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18일 도쿄에서 열린 제2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네이버와의 관계 단절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라인야후는 앞서 일본 총무성의 1차 행정지도에 대한 보고서에서 “2026년 연말까지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에 대한 시스템 분리를 완료하겠다”며 라인야후는 2025년 3월까지, 라인야후 일본 자회사는 2026년 3월까지 위탁 업무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주총에서 전체적인 타임라인을 앞당겼다.
동시에 일본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의 웹사이트 검색 개발 인증에서 네이버와의 위탁 협력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라인야후의 이사진을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했다. 다만 이데자와 CEO는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묻는 질문에 “모회사끼리 논의할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라인야후의 ‘탈네이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라인야후는 3월 일본 총무성이 보안 거버넌스를 이유로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선 후 줄곧 네이버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실제로 라인야후는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를 내년 4월 중으로 종료하고 이를 소프트뱅크 계열의 ‘페이페이’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서비스끼리 경쟁을 벌이고 있어 통합은 예견된 일이었으나 5월까지만 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던 탓에 통합 시점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물밑 작업을 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원활한 협상을 하기 위해 라인페이를 조기 종료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뿐만 아니라 라인야후는 야후재팬이 운영하는 ‘야후 지식백과’의 인공지능(AI) 답변 기능에 미국 앤스로픽의 ‘클로드3’과 오픈AI의 ‘GPT-4’는 연동했지만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배제했다. 이외에도 최근 라인야후는 해외 핀테크 서비스를 관장하고 있는 ‘라인비즈플러스’를 청산하고 관련 사업을 ‘라인페이플러스’로 이관했는데 라인비즈플러스는 한국에, 라인페이플러스는 대만에 위치하고 있어 이 역시 ‘네이버 지우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라인야후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만 보더라도 ‘탈네이버’에 대한 강한 의지가 드러난다. 이번 정기 주총을 앞두고 라인야후가 공개한 주총 보고서에는 네이버에 대한 언급이 최소화됐다. 특히 현 시점에서 라인야후의 대주주가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지분 50%를 똑같이 보유하고 있는 A홀딩스임에도 불구하고 라인야후는 보고서의 ‘모회사 상황’에 소프트뱅크 계열사만 적시하는 등 네이버의 이름은 제외했다. 라인야후는 주석을 통해 “A홀딩스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므로 당사(라인야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모회사는 소프트뱅크”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의도대로 라인야후 사태가 흘러가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서 우리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의 입장에 (네이버가)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면서 “현재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AI 등에 투자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라인야후 지배권이 소프트뱅크에 넘어가면 동남아 사업까지 뺏길 수 있어 (지분 매각을 통해) 얻는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소프트뱅크도 21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행정지도 조치 관련 보고서 기한이 다음 달 1일인 만큼 이번 소프트뱅크 주총에서 관련 언급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소프트뱅크 주총에는 손정의 회장이 참석해 AI 투자와 관련해 세부적인 계획을 밝힐 예정인데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한 언급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