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적자의 늪에 빠진 e커머스 사업 살리기에 나섰다. e커머스 사업의 핵심인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촌인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그룹과 동맹을 맺은 데 이어 쿠팡, 알리바바 등 경쟁업체에 몸담았던 적장(敵將)을 계열사 대표로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의 새 대표로 재무 전문가인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정 신임 대표(부사장)는 2015년 쿠팡 재무 임원을 역임했으며 2017년 알리바바로 자리를 옮긴 뒤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신세계그룹은 또 G마켓의 주요 핵심 임원들을 물갈이하는 한편 역량 및 효율성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우선 PX(Product eXperience)본부는 PX본부와 테크(Tech)본부로 분리한다. 최고제품책임자(CPO)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 김정우 상무를 영입했다. Tech본부장 자리에는 쿠팡 출신 오참 상무를 앉혔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최훈학 전무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기존 D/I(Data/Infra), 영업, 마케팅, 지원 등 4개 본부는 D/I, 영업 등 2개 본부 체제로 바꿨다. 마케팅본부는 영업본부로 통합하고 지원본부 부서들은 대표 직속으로 배치했다. D/I 본부장에는 이마트 D/T(Digital Transformation) 총괄을 맡고 있던 안종훈 상무를 선임했다.
신세계그룹이 정형권 대표와 김정우 상무, 오참 상무 등 경쟁사 출신 인재를 영입해 주요 직책을 맡긴 것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재도약을 위한 혁신 드라이브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이번 리더십 교체를 통해 e커머스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지지부진한 온라인 사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5월 쿠팡 월 이용자수는 311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알리익스프레스는 432만 명에서 830만 명으로 92.1% 증가했다. 반면 G마켓은 672만 명에서 568만 명으로 15.5% 감소했다. SSG닷컴은 153만 명에서 185만 명으로 20.9% 늘어나기는 했지만 플랫폼 이용자수 순위에서 여전히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G마켓과 SSG닷컴은 모두 적자 행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사업 강화와 관련해 정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내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규모가 모두 20조 원을 넘는 그룹은 신세계가 유일하다"며 "온·오프라인 경계 없이 그룹사 내 모든 자원에 대한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세상에 없던 유통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하자"고 사장단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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