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공격 계획’을 승인하면서 레바논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가자전쟁의 휴전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헤즈볼라와의 전면전까지 촉발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북부 사령관인 오리 고딘 소장과 작전참모인 오데드 바시우크 소장이 전황 평가 회의를 열고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최고 사령관들은 지상군 준비 태세도 서두르기로 결정했다고 이스라엘군은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의 지상 작전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도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빼낸 병력을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에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이라는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며 6주간의 라파 공격이 잠정적으로 종료되면 가자지구에서 지난 8개월간 이뤄진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지상 작전도 일단락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단 WP는 “지상 작전이 끝난다고 해도 이것이 가자 전쟁의 종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충돌해왔다. 양측은 2006년 전쟁을 치른 뒤 20년 가까이 소규모 충돌만 이어오다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다음 날부터 거의 매일 교전을 벌이고 있다. 하마스 지지를 선언한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중단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다 이달 11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공습 과정에서 최고위급 지휘관 탈레브 압둘라 등이 사망한 것이 교전 수위를 높인 도화선이 됐다. 헤즈볼라는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수백 발의 로켓과 드론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고 이스라엘이 이에 대응하며 전면전 가능성을 키웠다. 양측의 충돌로 여성을 포함한 민간인 15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 모두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전면전은 피하고 싶은 선택지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때보다 더 강력하게 무장했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인용하며 전면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헤즈볼라를 막후에서 지원하는 이란도 전면전은 원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에 모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11월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중동 전체가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특사를 급파해 확전 방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크스타인 특사는 1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은 충분히 오래 지속됐다”며 “이 갈등을 외교적으로 조속히 푸는 것이 모두의 이해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도 만나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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